[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중대재해와 노동인권 전문가 발탁을 위한 대검 검사(검사장)급 신규 임용 절차를 중단했다.
법무부는 박범계 장관이 지난 20일 김오수 검찰총장과의 긴급 만찬 회동을 통해 이같이 합의했다고 21일 밝혔다.
대신 박 장관과 김 총장은 회동에서 대검찰청에 외부 인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중대재해 관련 자문기구를 설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문기구가 중대재해 사건에 대한 효율적 초동수사 방안과 실질적 양형인자 발굴, 새로운 위험에 대한 법리 연구 개발 등을 담당하고, 검찰총장이 이 기구의 권고사항을 실효적으로 이행한다는 것이 내용이다.
대검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대비해 이미 지난 18일 '중대재해 수사지원 추진단'을 설치했다. 추진단은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를 단장으로 그 산하에 공공수사부 소속 중대산업재해팀, 형사부 소속 중대시민재해팀 등 2개 팀을 두고, △업무 분장 개선 △수사 협력 방안 △수사 역량 강화 △피해자 지원 활동 등을 세부 추진 과제로 추진 중이다.
박 장관과 김 총장은 회동에서 중대재해와 노동인권 분야에 대한 검찰 조직의 근본적 인식을 변화시키고 수사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이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감수성이 높은 검사를 양성한다는 데 합의했다.
대검은 이번 회동과 관련한 최우선적 조처로 건설 현장에서 일명 '생명띠'로 불리는 라이프라인의 착용을 일정 기간 특별 계도하고, 이 기간이 지난 후 이를 위반해 발생한 안전사고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처할 방침이다.
앞서 박 장관은 지난달 29일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검사장 인사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효과를 극대화해야 하는 차원에서 대검검사급 인사를 하고 싶다"며 "현재 광주고검과 대전고검 차장검사 등 검사장급 지위가 두 자리 비어 있는데, 중대재해 관련 전문성이 있고 관심이 높은 우수 자원을 뽑아보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이후 법무부는 지난 17일 산업재해·노동인권 전문가를 대검검사급 검사로 발탁해 임용한다는 내용의 공고를 냈다. 박 장관과 김 총장의 합의로 법무부는 이날 해당 공고를 취소했다.
법무부 공고 이후 대검은 19일 일선 고·지검장 등에게 "법무부에서 중대재해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대검검사급 검사를 신규 임용한다는 취지의 공고를 했다. 이와 관련해 총장은 법무부에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명시적으로 전달했다"는 내용을 공지했다.
김 총장은 △검찰청법 등 인사 관련 법령과 직제 규정 취지에 저촉될 소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 △검찰 내부 구성원들의 자존감과 사기 저하 초래 우려 등을 수용 불가 이유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김오수 검찰총장이 20일 중대재해 전문 검사장 외부임용을 중단하고, 대신 대검찰청에 자문기구를 둬 수사에 반영하기로 합의했다. 사진은 지난해 6월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입법예고된 직제개편안과 고검검사급 중간 간부 인사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 전 두 사람. 사진/법무부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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