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이재명 민주당 후보 부인 김혜경씨의 '갑질' 논란에 공무원사회도 부글부글 끓고 있다. 무엇보다 공적인 업무가 아닌 심부름 등 지극히 사적인 업무에 공무원을 동원한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수치와 분노를 느낀다" 등의 반응이 터져 나왔다.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경기지역본부 경기도청지부 관계자는 4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공무원이 사적인 일을 수행했다는 것에 대해 수치심이나 분노 이런 느낌이 들지 않았을까 싶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말은 조심스러웠지만 불편한 속내마저 숨기지는 않았다. 이 관계자는 "(이번 논란으로) 공무원들이 느끼는 감정은 어떤 직에 있던 간에 갑질과 막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공적인 업무를 담당하는데, 그런 업무들이 좀 더 당당하고 좀 더 공적이어야 되지 않나라는 생각들을 갖고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가 지난달 27일 오전 경남 통영시 소재 한 굴 작업장을 찾아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경기도청 전 7급 공무원 A씨는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도청 비서실에서 근무하면서 당시 도청 총무과 소속 5급 배모 사무관의 지시를 받아 김씨 약 대리처방, 음식 배달, 아들 퇴원 수속 등 이 후보 가족의 사적 업무를 도맡았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이 후보의 개인 로션을 챙기는가 하면 세탁소로부터 와이셔츠 등을 찾아 전달하기도 했다. 또 쇠고기와 초밥 등 이 후보 자택에 전달할 음식 구입을 도청 법인카드로 결제하는 등 카드 유용 의혹도 제기했다. A씨는 이 같은 주장을 입증할 근거로 배모 전 사무관과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와 통화 녹음파일을 제시했다.
그러자 전공노 경기도청지부는 지난 3일 '경기도청 전 공무원 제보 관련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는 "갑질은 인간의 존엄을 파괴하는 행위", "참으로 분노스럽다" 등의 강한 비판이 담겼다. 직전 도지사이자, 집권여당 대선후보에 대한 이례적인 비난이었다.
경기도청지부는 성명서를 통해 "경기도청 전 7급 공무원이 전 5급 공무원의 지시로 공적인 업무가 아닌 사적인 업무를 수행하도록 했으며 이 과정에서 7급 공무원이 막말과 무시 등 갑질을 당했다는 제보가 있었다"며 "제보한 공무원이 그간 얼마나 큰 모욕을 받고 비참했을지 안타까움이 너무도 크다"고 했다. 또 "공직사회에서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의 분리는 너무도 당연하고 갑질은 인간의 존엄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기도청에서 이런 일이 생겼다는 것에 대한 수치가 너무도 크고, 과연 우리가 21세기 민주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지 참으로 분노스럽다"고 했다.
경기도청지부는 오병권 경기도지사 권한대행에게 공무원을 상대로 어떤 목적이라도 사적인 업무를 지시하는 일이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어 정치권과 언론을 향해서도 제보자에 대한 인권을 지켜줄 것과 정치적 이용 중단을 촉구했다.
김씨의 갑질 논란으로 중도층 표심에도 악영향이 미쳤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헤럴드경제 의뢰로 지난 2~3일 전국 만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대선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자신의 정치 성향을 중도라 밝힌 유권자의 51.2%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34.8%는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고 했다. 한 달 전 조사에서 중도층의 이 후보 지지율이 39.1%, 윤 후보 지지율 37.7%였던 점과 비교하면 중도층이 대거 윤 후보 지지로 옮겨간 셈이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