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배치한 일부 병력을 철수한다는 소식에 일촉즉발로 고조된 양국의 갈등은 다소 완화됐다. 다만 전운이 말끔히 걷혔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러시아의 철군이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추진 등 갈등의 불씨는 살아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5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가 발표한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 일부 병력 철수에 대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명백히 가능한 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일로 예측한 16일을 하루 앞두고 러시아가 긴장 완화 신호를 보이기는 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한 연설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방지를 위해 외교적 해법을 버리지 않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AFP통신과 뉴욕타임스, A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의 철군 발표와 달리 위성사진에서는 아직까지 러시아군의 별다른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았다. 러시아의 최정예 부대에 속하는 중부와 동부 군사지역 부대는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그대로 배치돼 있으며, 수십 대의 공격용 헬리콥터와 전투기도 그대로 보였다.
서 테크놀로지가 제공한 위성 사진에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와의 국경 남쪽 러시아 크라스노다르의 공군기지에 러시아의 신형 Su-34 전투기가 배치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일부 지역에서 오히려 병력을 증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군사 전문가인 로브 리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연구원은 "어제와 그제 국경 근처 벨고로드에 러시아 군사 물자가 도착하고 있었다"라며 "아직은 철군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신중한 모습을 나타냈다.
러시아는 과거에도 군대 철수를 발표했으나 무기 장비를 쉽게 재배치할 수 있도록 제자리에 뒀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라 마시콧 랜드연구소 선임정책연구원은 "걱정스러운 것은 이들이 또 셸 게임(사기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군대를 철수하고 군사 장비를 임의에 장소에 놔둘 것"이라고 했다.
유럽 주둔 미 육군사령관을 지낸 벤 호지스는 "러시아 국방부가 철군할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결론을 내리기에 충분한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 의회 역시 러시아의 철군 발표에도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미 상원의 여야 지도부는 이날 상원 각 위원회 위원장들과 공동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 공격 확대 시 러시아 수출에 엄격한 제한과 통제와 함께 강력하고 효과적인 제재를 즉각 시행하는 것을 전적으로 지지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숄츠 독일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외교적 협상을 통해 결론을 내리길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러시아는 전쟁을 원하지 않으며, 우리가 협상안을 제시한 이유"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서 병력 철수를 계속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계획대로 할 것이며, 현장 상황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며 다소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여부도 불씨로 남아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나토 가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우크라이나는 친서방 노선을 걷고 있는 옛 소련 국가로, 지난 2019년 개헌을 통해 나토 가입을 국가 주요 목표로 설정한 바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외교적 협상을 시작해도 평행선만 달릴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외교적 협상으로 논의하길 바란다는 입장이지만, 나토 확장 금지 등 안전 보장 요구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날 우크라이나 국방부와 현지 주요 은행 2곳에 배후를 알 수 없는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이 가해졌다고 밝혔다. 공격 주체는 불분명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지목하고 있다. 앞서 서방 국가에선 러시아가 군사적 침공과 함께 사이버 공격도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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