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인터넷은행이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개인사업자 대출을 개시했지만, 벌써부터 부실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이뤄진 정부의 대출금 상환유예 정책탓에 많은 부실 채권이 가려져 있는 상황에서 인터넷은행으로 부실이 전이될 수 있어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은행들은 그동안 해왔던 신용대출 중심의 대출 영업을 주택담보대출과 사업자대출로 확대하고 있다. 이 덕분에 시중은행을 통해서만 대출을 받았던 자영업자들은 인터넷은행 사업자대출로도 대출을 신청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인터넷은행 중에선 토스뱅크가 지난 14일 처음으로 최저금리 연 3% 초중반(변동금리)에 최대한도 1억원의 사업자대출 상품을 내놓은 가운데,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도 올해 안에 사업자대출 상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자영업자들의 반응은 벌써부터 뜨겁다. 이들은 정부가 코로나19 대출 만기 연장 조치를 3월말 종료하기로 하면서 당장 대출을 상환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이번에 인터넷은행들이 개인사업자 대출을 시작하기로 하면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된 셈이다.
실제로 자영업자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가장 먼저 개인사업자 대출을 시작한 토스뱅크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한 자영업자는 “기대했던 것보다 금리가 낮은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당장 빚 갚기가 어려운 형편에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자영업자들의 반응과 달리 금융권에선 시중은행권에 축적된 자영업자 대출 부실 우려가 인터넷은행권으로 번질까 걱정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코로나 금융 지원을 통해 5대 금융그룹이 유예한 자영업자 대출 원리금만 14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 대출 부실 가능성이 인터넷은행권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코로나가 장기화하는 상황 속에서 무리한 대출 상환 압박은 자영업자 뿐만 아니라 금융권 전체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인터넷은행들도) 대출 부실화가 될 가능성이 크고, 정부가 당장의 재정 지출을 적게 하면서 눈가리고 아웅하고 있다”면서 “결국엔 금융사 전체의 부실까지 갈 수 있는 더 나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자영업자 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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