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아시아나항공(020560) 결합을 진행하는
대한항공(003490)이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무안 국제공항 거점공항(허브공항) 육성' 공약에 당혹하고 있다. 두 항공사를 하나로 합쳐 '메가 캐리어'를 만들기 위해 합병 하는 와중에 '현대·기아차'처럼 독립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 아시아나항공 거점을 기존 인천국제공항에서 무안국제공항으로 옮긴다는 공약이 나와서다.
25일 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전날 무안국제공항을 아시아나항공 거점공항으로 육성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이 후보 측은 양사 결합에 따른 구조조정을 막고 일자리도 창출하기 위해 무안국제공항을 아시아나항공 거점공항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한 뒤 독립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다양한 지원책을 내겠다고 했다.
항공업계는 이번 공약이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결합 승인 이후 약 2년 준비를 거쳐 한 회사로 통합한다는 계획을 밝혀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19년 기준 세계 시장 44위와 60위 사업자다. 이번 공정거래위원회 승인 이후 미국 등 6개 해외 경쟁당국 승인을 받으면 세계 10위권 메가 캐리어로 도약할 수 있다. 양사에 대한 '독립 기업 성장 지원' 공약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기업 결합 목적과 상반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저희와 (이 후보 측 사이에) 이야기가 오간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주식 63.88%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기로 한 22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 양사 항공기가 주기돼있다. (사진=뉴시스)
업계에서는 결합을 앞둔 두 회사를 나누고 거점도 분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작은 나라 수도에 집중된 국제 여객·화물 수요에 대응해온 양사에게 호남표를 의식한 대선 공약이 당황스러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국제선 수요는 대부분 인천국제공항이 감당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위드코로나가 시행됐던 지난해 11월 국제선 여객 실적은 인천이 36만6561명, 김해공항이 1378명, 김포공항 1214명, 제주공항 216명, 대구공항 106명 순이었다. 무안과 청주, 양양공항은 국제선 운항이 중단된 상태다.
국제선 화물도 인천국제공항이 지난해 11월 누적 311만9000톤으로 가장 많았다. 김포와 김해 공항은 각각 0.0002톤과 0.02톤이었다.
세계적으로도 미국처럼 넓은 나라를 제외하면 수요 대부분이 수도권에 몰려있다. 한국항공협회의 '항공통계 세계편'을 보면 2017년 운항 횟수 상위 50개 공항 중 인천국제공항이 40위를 기록했다. 1위 애틀랜타 등 상위권 대부분을 차지한 미국을 제외하면 5위 베이징 서우두(중국), 9위 암스테르담 스히폴(네덜란드), 11위 파리 샤를 드 골(프랑스), 12위 런던 히스로(영국) 등 10위권 안팎으로 수도 인근 공항이 거점 역할을 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무안국제공항이 거점공항으로 기능할만한 케파(역량)나 백그라운드가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검토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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