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25일 서울 마포구 SBS 프리즘타워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두 번째 TV토론회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대선이 혼전으로 치닫고 있다. 투표함을 열기 전까지 누구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여야 유력주자들로서는 한 표 한 표가 아쉽게 됐다.
선거 초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전당대회 컨벤션 효과를 등에 업고 치고 나갔지만, 이후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 등 거듭된 내홍에 연말연초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승기를 내줬다. 그러나 전열을 재정비하면서 정권교체 민심이 다시 윤 후보에게 쏠렸다. 이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정치보복 우려로, 그간 관망세였던 친문과 호남 등 진영 결집을 이뤄냈고 이는 추격의 동력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오차범위 밖에서 열세인 판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다 선거를 불과 열흘 앞두고 오차범위 내 초접전으로 흐름을 돌렸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야권 단일화 결렬 선언이 촉매제가 됐다는 평가다. 이 후보는 통합정부를 매개로 윤 후보를 제외한 타 후보들 지지층의 환심을 사는 데 주력했다.
27일 발표된 3곳의 여론조사 결과 모두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 초접전인 것으로 나타났다. 두 후보 간 격차는 2.0%포인트 내외 수준이었다. 오차범위를 감안하면 이 같은 격차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평가다. 3곳 모두 두 후보의 지지율이 올랐지만 대체로 윤 후보보다 이 후보의 지지율 상승 폭이 더 크게 이뤄졌다.
가장 격차가 적었던 곳은 KBS·한국리서치 조사 결과였다.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지난 24~26일 전국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재명 39.8% 대 윤석열 39.8%로 동률이었다. 지난 10일 같은 조사에서 윤 후보가 3.7%포인트 앞섰던 것과 비교하면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되돌려졌다. 이 후보는 같은 기간 34.0%에서 39.8%로 5.8%포인트 크게 지지율이 상승했다. 윤 후보도 37.7%에서 39.8%로 2.1%포인트 상승했지만, 이 후보 지지율 상승 폭이 더 컸다.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밖에서 1% 안쪽으로 좁혀진 곳도 있었다. 서던포스트가 CBS 의뢰로 지난 26일 전국 성인 10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재명 40.0% 대 윤석열 40.4%로 격차는 불과 0.4%포인트였다. 지난 18~19일 조사 이재명 31.4% 대 윤석열 40.2%와 비교하면 한 주만에 격차가 초접전으로 좁혀졌다. 이 후보는 직전 조사에서 31.4%에 그쳤지만 이번 조사에서 40.0%로 무려 8.6%포인트 지지율이 대폭 상승했다. 윤 후보는 40.2%에서 40.4%로 0.2%포인트 올랐다.
이날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 최대 격차는 2.2%포인트로, 이 역시 오차범위 내였다. 엠브레인퍼블릭이 뉴스1 의뢰로 지난 25일~26일 전국 성인 1014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재명 40.2% 대 윤석열 42.4%로 격차는 2.2%포인트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일주일 간 있었던 주요 정치일정을 복기하면, 안철수 후보가 지난 20일 윤 후보와의 단일화 결렬을 선언했다. 다음날인 21일에는 민주당 주도로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300만원의 2차 방역지원금을 지원하기 위한 16조9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후보의 강력한 주문이 있어 가능했다. 이 후보는 집권여당 후보로서의 강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벼랑 끝으로 내몰린 700만명의 소상공인 표심 공략에 성공했다. 24일에는 민주당의 정치개혁안 발표, 25일에는 2차 TV토론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안 후보가 단일화 결렬을 선언하고 윤 후보 측과의 갈등이 커지면서 정권교체론이 흔들렸다고 평가했다. 이 후보는 이 틈새를 파고들어 송영길 대표 주도로 정치개혁안을 내놨다. 진영을 가리지 않는 통합정부 구성에, 다당제 연합정치 실현을 기치로 내걸면서 중도층과 부동층 표심 흡수에 나섰다. 300만원 지원안을 담은 추경안 통과도 일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표심을 이 후보로 돌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TV토론이 거듭될수록 윤 후보가 정치신인의 한계를 벗지 못하고 네거티브에만 치중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단일화 성사 여부와 투표율, 후보별 리스크 관리를 남은 변수로 꼽았다. 야권 단일화가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가은데 이재명 후보와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 간 이른바 '소단일화'도 변수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야권은 단일화가 깨지는데 여권에서는 소단일화라도 이뤄지면 이것은 비문연대로 볼 수 있다"며 "0.1%에서 0.2%라도 플러스 한다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안 후보의 주요 지지층이 단일화 결렬로 윤 후보에게 반감이 강해진 반면 이 후보가 통합정부로 환심을 사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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