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한마리 가격이 2만원 시대를 열었다. 원재료 가격 급등에 인건비 상승까지 겹치면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눈치만 보던 업체들이 하나, 둘 가격인상에 동참했고 결국 물가가 걷잡을 수 없이 치솟고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이어진 물가 상승 도미노에 서민 대표 술인 소주 가격도 올랐다. 식당에서는 소주 한병 가격이 5000원대를 넘나들고, 대형마트에서도 한병당 1200~1800원선에서 100원 인상됐다.
외식 물가만 오른 것이 아니다. 밀가루, 두부, 마늘, 소고기, 냉동만두, 식용유, 김치 등 식자재 가격도 줄줄이 인상됐다. 과자와 아이스크림 등 간식류도 가격이 올랐다. 오죽하면 직장인 사이에서 "월급 빼고 다 오른다"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치솟는 물가에 정부는 외식가격 공표제를 들고 나왔다. 치킨, 햄버거 등 12개 외식 품목의 프랜차이즈별 가격과 등락률을 매주 공개해 가격 인상을 사전차단하고 물가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이같은 정책에 외식 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물가 상승 원인은 재료비와 인건비, 물류비 급등 때문인데, 정부가 외식업계에 책임을 떠넘긴다는 지적이다. 그저 가격을 공표한다고 해서 물가를 바로잡을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는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오히려 안일하게 대처해 일을 키웠다. 줄곧 물가 상승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히며 물가 안정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는 듯 했지만 면피성 정책을 내놓기에 급급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외식 물가가 많이 오른 이유는 식자재 가격이 인상했기 때문"이라며 "외식가격 공표제를 실시한다고 해서 물가 안정에 큰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정부는 오는 4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다시 물가 안정 대책 마련에 나선다. 각 부처 장관들이 5년 만에 참석하는 회의지만 사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들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럼에도 서민들이 믿을 구석은 정부뿐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물가 상승 압박은 더욱 커졌고,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최악의 경우 국내 연간 소비자 물가가 28년 만에 5%를 넘어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국제유가는 이미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국내 소비자 물가도 지난 4개월 연속 3%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럴 때일 수록 정부는 그간 내놓은 정책의 실효성을 따져보고 면피용이 아닌 근본적인 물가 안정화 대책을 제시하길 바란다.
최유라 산업2부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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