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당선 이후 사회 통합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대선 기간 갈등 조장을 통해 표심 잡기에 몰입한 탓이다. 특히 여가부 폐지 등 젠더 갈라치기에 치중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이 때문에 윤 당선인은 60대 이상 여성을 제외한 전 여성 연령층이 외면하는 결과를 낳았다.
한국여성연구소,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 연합이 1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성 평등 정책 실현을 촉구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여성단체들은 윤 당선인이 현재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구조적 성차별을 제대로 직시하고, 국가 성 평등 추진체계를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강화하는 ‘성범죄 무고죄 강화’,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이 폐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윤 당선인이 대선 기간 20대 남성(이대남)을 대표하는 정책을 내세운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말 윤 당선인은 페미니스트 정치인 신지예,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를 영입하고 성 평등 공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남성 지지 이탈 등에 따른 당내 비판 목소리에 신씨와 이 교수와 결별했다. 이후 윤 당선인은 여가부 폐지를 전면에 내세우는 등 젠더 갈라치기를 통한 이대남 표심 잡기에 열중했다.
이번 대선으로 '성 분열' 더 극명
이번 20대 남성과 여성의 지지율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윤 당선인은 20대 남성에게서 58.7%를 득표했고, 이 후보는 20대 여성에게서 58.0%를 득표했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에서 남성들을 집결시켰고 민주당에서 여성 표를 공략하면서 양쪽으로 분할된 결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성 표심은 60대를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윤 당선인에게 등을 돌렸다. 30대 여성은 이재명 49.7% -윤석열 43.8%, 40대 여성은 이재명 60.0%-윤석열 35.6%, 50대 여성은 이재명 50.1%-윤석열 45.8%였다. 60대 이상 여성만 이재명 31.3%-윤석열66.8%였다. 여성 표심만 놓고 보면 49.1%대?46.6%로 윤 당선자가 이 후보에게 오히려 뒤처진다.
전문가들은 사회 분열을 막기 위해서 윤 당선자가 당장 지지층 결집에 나서기보다 젠더갈등 해소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통해 “당장 지지층을 집결시키기보다 이번 선거를 통해 명확히 드러난 젠더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가는가에 따라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젠더이슈에서 편 가르기 식으로 가면 거센 반발이나 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며 “공약으로 내걸기는 했지만, 이 기조 그대로 유지하면 사람들이 길거리로 나서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불평등, 성대결로만 몰고 가"
정치권에서 여성 문제를 젠더갈등으로 삼은 데 대한 비판의 소리도 나왔다. 지난 7일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나라를 조사한 결과 한국유리천장 지수가 꼴찌로 나타났고, 세계경제포럼(WEF)의 2021년 조사 결과 OECD국가 중 성별임금격차 1위로 나타나는 등 국제적으로 한국의 불평등 상황이 지적받고 있음에도 정치권이 단순히 여성과 남성의 대결로만 몰고 간다는 것이다.
안소정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여성이 당면해 있는 젠더 차별과 폭력을 인정하지 않고 젠더 갈등으로 만든 게 이준석 대표나 국힘의 전략”이라며 “사회 발전을 위해서는 현실을 직시하고 여성 문제를 사회 문제로 보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행동하는 보통남자들의 변현준 활동가는 “예상보다 윤 당선자가 적은 격차로 당선된 것은 젠더갈라치기 등 혐오정치가 실패했다는 의미”라며 “남성 사이에서도 여가부 폐지가 남성에게 무슨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는 소리가 많았다”라고 했다.
"'청년취업' 해결이 열쇠될 수 있어"
경제문제 해결이 젠더갈등을 완화시킬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허 조사관은 “젠더 갈등의 가장 근본적 원인 중 하나가 경제적 파이의 크기”라며 “이를 나누는 문제에서 남성만의 군 입대 등 공정 문제가 지적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20대 여성과 남성으로 갈리는 문제보다 근본적으로 취업 등 청년들이 당면해 있는 문제가 크다”며 “이 문제를 해결한다면 남성과 여성이 서로 불평등을 외치며 갈등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변 활동가도 “성 평등 정책은 물론 청년 실업, 주거, 교육 등 진짜 청년들의 문제를 해결할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7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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