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네이버·카카오, 변해야 산다
2022-03-16 06:00:00 2022-03-16 06:00:00
네이버와 카카오가 공교롭게도 같은 날 나란히 신사업 개척을 강조하며 글로벌 공략을 외쳤다. 동시에 리더십에도 변화를 줬다. 네이버는 지난 14일 주총에서 최수연 신임 대표를 선임하고, 글로벌 중심의 신사업 추진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을 알렸다. 같은 날 카카오 김범수 의장은 의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조직의 앞자리에서 물러나는 대신 배후에서 해외시장 개척에 무게를 싣는다는 방침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창립 30년을 코 앞에 둔 시점에서 쇄신에 나서는 모양새다. 카카오의 경우 다음커뮤니케이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면 1995년, 네이버는 1997년에 설립됐다. 햇수로 각각 28년째, 26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양사는 현재 국내에서 각각 포털과 메신저 분야 최강자로 군림 중이다. 그런데 지금, 마치 절체절명의 위기라도 맞은 듯 앞다퉈 세대교체에 나서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네이버와 카카오는 지난해 유달리 힘든 한 해를 보냈다. 네이버에선 상급자에 의한, 심각한 수준의 직장내 괴롭힘 문제가 불거졌다. 혁신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내건 IT기업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카카오는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문어발 기업이란 오명을 얻었다. 각각의 사업체 규모가 작다고는 하지만, 전통적 대기업보다도 오히려 더 노골적인 모습이었다. 결국 플랫폼 기업들의 제 1의 명제, 즉 'Winner takes it all(승자가 독식한다)' 개념이 조직문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빠른 성장을 구가하는 데 올인하는 나머지, 자기 비판과 성찰의 시간을 갖는 데는 소홀했다.
 
기업에서 30년이라는 숫자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일본 주간지 니케이비즈니스는 일본 기업 100년사를 분석한 결과, 기업의 수명은 30년이라고 이미 1980년대에 결론 내린 바 있다. 물론 모든 기업이 30년만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살펴보니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결국 쇠락의 길을 걸었고, 그 존속 기간의 평균을 내보니 30년에 불과하더라는 얘기다. 그러니 이같은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고, 변신하고 진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니케이비즈니스는 일찌감치 경고했다. 
 
그런데 모처럼의 쇄신 노력이 한창인데 한가지 변수가 생겼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올해 힘든 시간을 보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던 중, 정치권 빅이벤트인 대선이 끝난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이 무력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입장에선 규제 리스크가 완화된 셈이다. 온플법 폐기 전망이 힘을 얻자 먼저 화답한 것은 주식시장이었다. 대선 결과 발표 후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는 오랜 박스권을 탈피하고 회복 기미를 보이는 중이다.
 
일단 온플법이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얘기는 여기서는 차치하자. 강조하고 싶은 것은 기업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지금의 분위기는 다소 우려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규제 리스크 해소 혹은 감소 기대가 혹여 네이버와 카카오의 쇄신 결단을 무디게 하지는 않을까 싶어서다. 국내 시장은 이제 이들 기업에게는 좁다. 이제 양사의 글로벌 공략은 반드시 절체절명의 과제로서 추진돼야 하며 또 성공해야 한다. 안보다 바깥으로 시선을 넓히면서 혁신의 기회를 더 강구하지 않는다면, 지난해 겪었던 일련의 논란들은 언제라도 다시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곧 30주년이다. 변신을 멈추면 기업의 미래는 없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나볏 중기IT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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