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광·김진양·한동인 기자] 지난 2월29일 밤,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사찰 칠불사에서 모종의 회동이 있었습니다. 회동에 참석한 사람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M(명태균)씨, 개혁신당의 이준석(B) 의원과 A 의원이었습니다. 국민의힘 당직자 출신인 D씨도 함께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비례대표 공천을 전제로 김 전 의원의 국민의힘 탈당과 개혁신당 입당 그리고 김건희 여사의 4·10 총선 공천 개입 폭로가 논의됐던 것으로 <뉴스토마토>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에 위치한 칠불사의 명상원 '첨월각' 후면. 본지가 칠불사를 찾은 지난 9일 사찰 관계자는 이곳에서 올해 2월29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A 의원,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명태균 씨가 머물고 갔다고 전했다.(사진=한동인 기자)
19일 <뉴스토마토>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당시 회동에서 김 전 의원이 김 여사로부터 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들이 공개됐으며 이 의원에게는 직접 건네졌습니다. 이 의원은 "카카오톡으로 (김 여사가 김 전 의원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 캡처본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A 의원과 D씨도 텔레그램 메시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특히 A 의원은 당시 기자회견문 초안 작성을 주도했으며, 이와 관련해 "그것 갖고 계속 얘기를 하는 상황이었다. 어느 정도 수위에서 넣을지를 상의하는 수준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것'은 김 여사와 김 전 의원이 4·10 총선 공천과 관련해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들을 뜻합니다. 다만, A 의원은 "파이널(최종합의)이 안 됐다"고 했습니다.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이유입니다.
A 의원이 기자회견문 초안을 작성하기에 앞서, 회동은 칠불사 주지스님 방에서 차담으로 시작됐습니다. 당시 차담에 배석했던 D씨는 "차담회를 하고 이준석 의원과 김영선 전 의원, 명태균씨 셋이서 5분 정도 있었고, 이후 이 의원과 김 전 의원 둘만 (주지스님 방에) 남겨놓고 나머지는 (방에서) 나왔다"며 "그 둘이 다음날 새벽까지 얘기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전 의원은 이 의원과의 밤샘 협상에서 김 여사와 나눈 텔레그램 메시지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개혁신당의 비례대표 1번 순번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이 부분은 이 의원, A 의원, D씨 증언이 모두 일치합니다. 하지만 이 의원은 해당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의원은 "뜬금없이 김 전 의원에게 비례 1번을 줄 수는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김 전 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이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다면 해볼 수 있다는 건데, 그 내용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양쪽의 협의는 계속됐습니다. 김 전 의원과 밤샘 협상 뒤 3·1절 기념식 참석을 위해 서울로 향한 이 의원을 대신해 A 의원이 칠불사에 남아 양쪽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D씨는 "이 의원은 김 전 의원과의 담판을 마친 뒤 서울로 올라갔고, A 의원이 2~3일 더 머물면서 기자회견문 초안을 작성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이 의원은 하룻밤 주무시고 가고, A 의원은 이틀인가 사흘 밤을 주무시고 갔다"는 칠불사 주지스님 기억과 일치합니다. 취재팀이 칠불사에서 만난 여러 관계자들도 같은 말을 했습니다.
당시 개혁신당은 추가 입당할 현역 국회의원을 물색하던 시기였습니다. 새로운미래와의 합당 무산과 동시에 김종민 의원의 합류가 물거품이 되면서, 개혁신당에 남은 현역 국회의원은 이원욱·양정숙·양향자·조응천 전 의원 등 4명이었습니다. 1명이 추가로 입당해 국회 의석 5석을 보유하게 되면 선거보조금을 지급(정치자금법 27조) 받을 수 있고, 각 지역구 출마 후보자들의 의무 선거방송토론 참여(공직선거법 82조의3)가 보장되는 등 22대 총선에서 이점이 있어 당내 요구도 거셌다고 D씨는 설명했습니다.
결국 김 전 의원에게 개혁신당 비례대표 3번 자리를 내어주고 폭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선에서 의견이 모아졌던 걸로 전해집니다. 하지만 당시 김종인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이 김 전 의원 합류에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히면서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D씨는 "김 전 의원이 (비례대표) 3번 가지고 딜(거래시도)을 더 했다"며 "결국 안 된 건, 김종인 위원장이 당 정체성 훼손을 이유로 딱 잘라버렸기 때문이다. 만약에 그때 거래가 성사가 됐으면 뭐가 터져도 터졌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의원도 비례대표 5번 이내는 어렵다고 김 전 의원의 요구를 거절했습니다.
총선 과정에서 개혁신당과 합당한 한국의희망 당대표였던 양향자 전 의원은 "(칠불사 회동) 다음 날 (김 전 의원이) 나한테 연락이 왔다"면서 "(비례대표) 1번을 달라고 했는데 안 된다고 했나 보더라. 3번을 달라고 했다. 그래서 난 비례대표 이런 것에 관여할 권한도 없고, 모든 건 다 김종인 위원장에 위임한 거라 모른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전 위원장 또한 김 전 의원이 집까지 찾아와 개혁신당 비례대표 앞순번 공천을 요구했던 사실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김 전 위원장은 총선 때 김 전 의원이 비례를 요구하며 찾아왔느냐는 질문에 "나한테 와서 한 번 얘기했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니까 그 다음에는 내가 오지도 못하게 했다"며 "개혁신당을 망쳐 먹으려고 그렇게 하는 것이냐 (호통 쳤다)"고 말했습니다.
박현광 기자 mua@etomato.com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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