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이지유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한 달 사이 여러 유통기업에 대한 현장 조사를 진행하며 전방위적인 부당 행위 조사에 나선 모습입니다. 내달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공정위 칼날이 더욱 매서워진 가운데 업계의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습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CJ올리브영 본사의 현장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경쟁사 무신사의 '뷰티 페스타'에 참여하려는 납품 업체에 불참을 강요했다는 신고에 따른 조치입니다. 지난해 12월에도 CJ올리브영은 경쟁사 판촉 행사 불참 압박과 관련해 과징금 19억원을 부과받은 바 있습니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 또한 입점업체 갑질 여부에 대한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공정위는 무신사가 입점업체에 다른 플랫폼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시장지배적지위를 남용해 불이익을 줬는지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무신사가 공정위 조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공정위는 마트업계 판촉비 떠넘기기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지난 2일 홈플러스 본사에 판촉비 관련 계약 자료 확보를 위해 조사관을 보냈습니다. 이에 홈플러스는 6년 만에 공정위 조사를 받게 됐죠. 이보다 일주일 앞서 같은 이유로 롯데마트 현장 조사를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서울 중구의 한 주차장에 쿠팡 배달 차량이 주차돼 있다. (사진=뉴시스)
쿠팡은 공정위와 날 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앞서 공정위는 검색 순위 조작과 임직원을 동원한 후기 작성으로 자체브랜드(PB) 상품을 부당 지원했다며 쿠팡에 시정명령과 함께 162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이에 불복한 쿠팡과 쿠팡의 PB 자회사 씨피엘비는 지난 5일 공정위를 상대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최근 공정위는 쿠팡의 '끼워팔기' 의혹 조사를 위해 쿠팡 본사에 조사관을 파견했습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으로 구성된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불만 신고센터'는 쿠팡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했는데요. 쿠팡이 와우 멤버십 가격을 약 58% 인상하면서 쿠팡플레이와 쿠팡이츠 알뜰 배달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 점과 관련해 끼워팔기 행위로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업계에서는 공정위의 조사 수위와 제재 강도가 이전보다 강해졌다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내달 치러지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광범위한 조사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옵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위의 조사가 빈번해지고 과징금 부과 수준이 높아졌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며 "기업들은 불똥이 튀지 않을까 몸을 낮추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온라인 플랫폼 업체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에 대해 온라인 시장 '기강 잡기' 일환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비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 가다 보니 공정위가 칼을 대는 것 같다"면서 "오프라인 유통업체와 비교해 온라인 업체들은 업력이 짧고 기업 문화도 다르다. 또한 온라인 시장이 성장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도 많다"고 진단했습니다.
김성은·이지유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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