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문 대통령·윤 당선인 회동 무산, 의제 조율 실패가 원인
"문 대통령, 덕담 주고받는 자리로 인식…MB 사면·공공기관 인사 꺼내자 부담"
2022-03-16 11:26:06 2022-03-17 09:14:02
지난 2019년 7월25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과 환담을 한 뒤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최병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16일 오찬 회동이 돌연 무산된 데에는 양측의 의제 조율 실패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에서 윤 당선인이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과 공공기관 인사 문제를 이번 회동의 의제로 들고 나온 것에 대해 부담을 느꼈다는 전언이다. 양측은 의제를 조율, 회동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   
 
청와대와 윤 당선인 측은 이날 오전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오찬 회동이 최소됐다고 전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오늘 예정되었던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은 실무적 협의가 마무리 되지 않아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며 "실무 차원에서 협의는 계속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도 같은 시간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예정됐던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은 실무적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서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며 "실무자 차원 협의는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양측 모두 실무적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회동이 취소된 이유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김 대변인은 "오늘 일정을 미루기로 한 이유에 대해선 양측 합의에 따라 밝히지 못한다"고 했다. '연기 요청을 어느 쪽에서 한 것인가'라는 기자들 질문에는 "상호 실무 차원에서 조율하며 나온 결과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라 말씀드릴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뉴스토마토> 취재 결과, 양측이 의제 조율에 난항을 겪으면서 회동이 연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양측 대변인이 언급한 '실무적 협의가 마무리 되지 않았다'는 말은 의제 조율 실패를 우회적으로 설명했다는 지적이다.
 
윤 당선인은 이번 회동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과 소상공인의 코로나19 피해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등을 건의하고 공공기관을 포함한 인사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의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전날 오후 만나 의제 조율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여권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이번 회동을)덕담을 주고받는 자리 정도로 인식했는데 (윤 당선인이) 공공기관 인사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아예 공개적으로 의제로 설정하다 보니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인사는 대통령 임기가 남아있는 만큼 문 대통령의 권한이고, 사면 문제는 새 대통령이 풀었으면 하는 게 문 대통령의 속내일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이 전 대통령과 묶어 사면하는 것에 대해 "문 대통령은 원칙주의자"라며 "타협으로 보이는 행동은 절대 안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앞서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전날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여부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사면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또 윤 당선인 측의 공기업 인사에 대한 협의 요청에 대해서는 "5월9일까지는 문재인정부 임기이고, 임기 내에 주어진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윤 당선인 측의 협의 요청을 거절한 셈이다.
 
양측은 빠른 시일 내에 회동을 성사시키기 위해 당분간 의제 조율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권 관계자는 "의제 조율에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때문에)무산이 아니라 연기"라며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당선인과의 첫 회동서 첫 요청을 거절하는 것도 부담이다 보니 의제 조율 등에 좀 더 시간을 갖기로 했다"고 전했다.
 
박주용·최병호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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