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팍스로비드'.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코로나19 유행이 정점에 가까워지는 국면에서 먹는 치료제 처방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자 전문가들은 치료 옵션 확대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6일 당국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 처방 물량은 약 5만3000명분이다.
앞서 우리 정부는 팍스로비드 개발사인 화이자와 76만2000명분을 계약했다. 이 중 국내 도입된 물량은 약 16만3000명분이다. 도입 물량 중 약 3분의 1만 실제 처방까지 이어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보다 많은 곳에서 팍스로비드를 처방할 수 있도록 진료 체계를 재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신종플루가 유행했을 당시에는 야외에 진료소를 만들어 검사도 하고 치료약을 처방했다"라며 "이런 식으로 하게 되면 외래환자는 물론 병동에서도 팍스로비드를 복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운이 좋아 어떤 의사를 만나면 약을 받고 그렇지 않으면 팍스로비드를 처방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국민들이 진료 권리를 박탈당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팍스로비드 처방 대상이 당초 허가사항대로 정상화해야 한다는 당부도 이어진다. 팍스로비드는 12세 이상 40㎏ 이상이면서 연령, 기저질환 등으로 중증 코로나19로 진행될 위험이 높은 경증 및 중등증의 성인 및 소아 환자가 복용할 수 있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단, 병용 금기 약물을 복용 중인 환자는 제외된다.
우리 정부는 40대 기저질환자부터 팍스로비드를 처방받을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도입 초기 물량 부족 우려로 65세 이상에만 처방되다가 지금은 △60세 이상 고령자 △면역저하자 △40~50대 기저질환자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 및 감염병 전담병원 입원 환자 등으로 확대됐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처음 긴급사용승인을 받았을 때 허가사항에 맞게 처방하는 게 정답"이라며 "(처방) 기준이 약의 재고량이 돼서는 안 된다"라고 꼬집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대거 증가하는 점을 고려해 팍스로비드 외 치료 옵션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기석 교수는 "또 다른 항바이러스제인 '몰누피라비르'를 하루 빨리 승인해야 한다"라며 "팍스로비드에 비해 효과는 다소 떨어지지만 병용 금기 약물이 없어 팍스로비드를 먹지 못하는 이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아스트라제네카 예방용 치료제 '이부실드'는 항체를 직접 주입해 유지하게 하는 약"이라며 "백신 접종으로 항체를 형성하지 못하는 고령자나 면역저하환자 등에게는 이부실드를 투여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글락소 스미스클라인(GSK) 항체치료제는 스파이크 단백질 타깃 부위가 달라 오미크론에도 효과가 있다"라며 "지금이 가장 필요한 시기인데 대규모 유행이 끝난 뒤에 도입될까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김우주 교수는 이어 "팍스로비드가 그림의 떡인 상황에서는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싸워야 한다"라며 "팍스로비드보다 효과가 낮더라도 다른 치료 옵션을 확대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허가당국인 식약처에는 몰누피라비르 긴급사용승인이 신청돼 검토가 진행 중이다. 이부실드와 GSK 항체치료제 'VIR-7831(GSK4182136)'의 긴급사용승인 신청은 접수되지 않았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몰누피라비르 (긴급사용승인)을 검토 중"이라며 "이부실드와 VIR-7831의 긴급사용승인은 신청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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