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도시재생에 가로막혀 재개발 사업이 전면 중단됐던 서울 종로구 창신·숭인지역이 약 9년 만에 정비사업을 재개한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창신·숭인지역은 2013년 정비구역 해제 이후 9년 만에 다시 정비구역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는 연내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내년까지 정비구역지정을 끝낸다는 목표다.
창신·숭인지역은 도시재생지였지만 재개발 사업을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2010년 재정비촉진사업이 추진됐으나 2013년 박원순 전임시장 당시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인해 정비구역이 해제되며 재개발이 무산됐다.
이후 2014년 지역활성화와 노후주거지 환경개선을 목적으로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지정됐다. 봉제역사관, 백남준기념관 등 앵커시설, 안전안심 골목길 조성사업 등 도시재생 마중물 사업은 2019년 모두 완료됐다. 현재는 노후하수관 정비 등 총 13개 사업 중 11개 사업 완료되고 일부만 남겨둔 상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1일 신속통합기획 후보지인 종로구 창신동 일대를 찾아 주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그러나 지나치게 보존 위주의 도시재생이 오히려 주거환경을 열악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꾸준했다. 창신·숭인 같은 노후 저층주거지의 경우 주택공급과 기반시설 등 물리적 환경개선이 미흡한 상황이다.
현재 이곳은 30년 이상 노후 건물이 전체의 8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2층 이하 저층주거지 비율은 76%에 달한다. 전체 면적이 8만4354㎡(2만5517평)이지만 90㎡(27평) 미만의 과소필지가 절반, 300㎡(90평) 미만 필지가 약 95%를 차지하고 있어 대대적인 개발이 어려운 곳이었다. 도로는 대부분 가파른 계단으로 이어져 있고 일방통행만 가능할 정도로 좁아, 화재가 발생해도 소방차가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에 서울시가 지난 10년 간 인위적으로 억제돼 슬럼화되고 있는 노후 저층주거지의 물리적 개선과 주택공급 활성화에 나서기 위해 지난해 이곳을 신속통합기획 후보지로 선정했다. 기존에 도시재생지역은 재개발과 병행이 불가능했지만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관련 규제가 완화되며 신속통합기획으로 민간 재개발이 가능해졌다.
신속통합기획은 민간 주도 개발이지만 공공이 정비계획 수립 초기단계부터 각종 계획과 절차를 지원하는 제도다. 통상 5년 이상 걸리는 구역지정 기간을 2년으로 대폭 단축할 수 있다.
다만 원주민들의 보상과 이주 문제는 여전히 난제로 꼽힌다. 이날 창신·숭인지역의 재개발 사업 현황을 점검하러 오세훈 서울시장이 창신동 일대에 등장하자, 주민들은 신속통합기획에 대한 찬반 의견으로 목소리를 높이며 물리적인 충돌을 빚었다.
창신동에서 수십 년째 살고 있다는 한 원주민은 "주민은 대부분 노인인데, 이제 와서 새 아파트 준다고 해도 입주할 돈이 없어서 또 낙후된 곳으로 이사를 가야한다"라며 "우리는 공시가격대로만 보상을 받고 시행사는 아파트 이익금으로 임대아파트나 기반시설을 짓는다고 한다"며 비판했다.
오 시장은 가용부지가 적은 서울에서는 정비사업이 신규 주택공급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며 주민들의 이해를 구했다.
오 시장은 "창신·숭인 지역에 무려 1000억원에 가까운 돈이 재생사업으로 들어갔지만 얼만큼 만족하고 계신지 제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고 계실 것"이라며 "집을 허물고 다시 짓는 것과 현 상태로 조금씩 개선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낫냐는 전 국민적인 고민이지만, 더 이상 집을 지을 새로운 땅이 없는 서울에서 신규 주택에 대한 갈증이 높아질수록 해법은 재개발"이라고 강조했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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