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개인투자자들이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관리종목'에 뛰어들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관리종목은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거나 재무적으로 건전성이 떨어질 경우 거래소가 투자자에게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한 경고 목적으로 지정하는 종목들이다.
관리종목 지정 직후 주가가 급락한 뒤 개인투자자의 매수세 등에 다시 급등, 거품이 빠지는 일이 반복되자 차익을 노리는 개인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일시적 급등락이 있을 수 있지만 관리종목이 추세적 상승세를 타기까지는 오랜 기간이 걸릴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발생한 종목은 스팩과 우선주 등을 제외하고 총 28곳이다. 최근 3월 실적시즌과 감사보고서 제출 등이 겹치며 자본잠식, 감사의견 부적정 등 사유로 관리종목이 속출하고 있다.
이 중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관리종목은 아예 거래가 정지돼 투자가 불가능하지만, 실적 부진이나 일부 자본잠식 사유 등으로 거래가 막히진 않는다. 문제는 일부 개인 투자자들이 관리종목 지정으로 커진 변동성을 노리고 투자에 뛰어들고 있단 점이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지난 24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한국테크놀로지(053590)에는 이튿날 개인투자자 순매수 21억여원이 몰렸다. 거래대금은 평소 20~30억원 수준의 5배 이상인 177억원까지 늘어났으며, 전날 최저 23%(845원) 가량 빠졌던 주가는 하락분을 모두 회복하고 관리종목 지정일 이전보다 높은 1260원까지 찍었다. 하루 만에 저점 대비 49%가 뛴 것이다. 하지만 주가는 장 마감 시간에 1085원까지 하락한 뒤 28일 1015원까지 꺾였다.
22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체리부로(066360)도 당일 주가가 28% 급락해 1000원까지 하락했으나 역시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에 24~25일 1500원대를 회복했다. 28일에는 1300원대까지 밀린 상태다.
개인투자자들이 일시적 주가 회복을 노리고 들어갔으나, 추가 하락이 거듭되며 손실만 떠안은 경우도 있다. 지난 24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일정실업(008500)은 이튿날 20% 이상 급락했다. 저가 매수 기회를 노린 개인들이 홀로 3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가격은 차거래일 7.8% 추가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주가가 일시적으로 급등락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제대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 있고 불확실성이 높다고 주의를 당부한다. 실제로 관리종목 지정 직후에는 주가가 높은 변동성을 보이지만, 시간이 지난 관리종목들은 대부분 오랜 기간 낮은 주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적된 실적 부진과 경고등이 켜진 재무건전성은 빠른 회복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한국테크놀로지와 디와이디, 판타지오는 '자본잠식률 50% 이상' 사유를 받았는데, 자본잠식은 누적된 기업 적자로 인해 잉여금이 마이너스가 되면서 자본총계가 납입자본금보다 적은 상태를 말한다. 적자가 커져 잉여금이 바닥나고 납입자본금을 까먹기 시작한 단계로, 잡입자본금마저 바닥난 자본전액잠식일 경우 상장폐지 사유가 된다.
이 밖에도 △감사의견 의견거절 혹은 의견한정(일정실업, 선도전기) △4사업연도 연속 영업손실 발생(원풍물산, 리더스코스메틱, 제넨바이오, 광무 등) △매출액 30억원 미달(노랑풍선) 등 사유가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관리종목들은 대부분 재정적으로 회사에 문제가 생기는 사례들이 많다고 봐야 한다"며 "또한 쉽게 재정적인 어려움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상당 기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할 수 있어 신중한 투자 판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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