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윤석열 당선인, 독단·불통의 '20일'
신구 권력 갈등에 '점령군' 이미지까지
대통령실 용산 이전 강행…소통 대신 일방통행 고집만
출범도 안했는데 국민 절반 "기대 낮다"
2022-03-29 06:00:00 2022-03-29 06:00:00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대 대선에서 승리한 지 20일째. 새정부에 대한 기대치를 높여야 할 20일이 '독단과 불통의 연속'으로 국민적 기대감만 낮췄다는 지적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과 인사권 문제로 문재인 대통령과 신구 권력 갈등을 빚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광화문시대'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을 강행했고, 법무부 업무보고를 패싱하는 등 끊임없이 갈등의 양산지가 됐다. 이에 국민은 기대치를 낮췄다. 
 
윤 당선인이 29일을 기준으로 당선인 행보 20일째를 맞았다. 윤 당선인은 지난 9일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을 0.73%포인트 격차로 꺾고 20대 대선에서 신승했다. 윤 당선인은 승리가 확정된 후 "위대한 국민의 승리"라며 "나라의 리더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게 어떤 건지, 국민들 목소리를 어떻게 경청해야 하는지 많은 걸 배웠다"고 말했다. 또 "경쟁은 일단 끝났고 우리 모두 힘을 합쳐 국민과 대한민국을 위해 하나가 돼야 한다"며 "헌법 정신과 의회를 존중하고 야당과 협치하며 국민을 잘 모시겠다"고 다짐했다.
 
28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브리핑룸을 방문해 기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후 보여준 행보는 정반대였다. 문 대통령과의 회동도 지난 28일에서야 이뤄졌다. 당선 19일 만으로 역대 사례 중 가장 늦은 만남이었다. 당초 두 사람은 지난 16일 배석자 없이 오찬 회동을 할 예정이었다. 회동 시간을 불과 4시간여 앞두고 전격 취소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비롯해 인사권 행사의 주체를 놓고 양측이 의제 조율에 실패하면서다. 윤 당선인 측은 MB 사면을 공개적으로 회동 의제로 설정했고, 한국은행 차기 총재와 감사위원 선임에 있어 사전협의를 요청했다. 특히 공석인 감사위원 두 자리에 대해 집착했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각각의 협상 채널로 나섰지만 평행선만 달렸고 급기야 진실공방 등 감정적 충돌만 낳았다. 
 
이 같은 신구 권력 충돌은 코로나19로 시달리고 있는 민심에 절망감만 안겼다.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26~27일 전국 성인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거 및 사회현안 31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갈등에 대해 응답자의 50.7%가 윤 당선인의 책임을 물었다. 문 대통령의 책임이 더 크다는 의견은 42.9%였다. 인사권 문제에 있어서도 여론은 윤 당선인을 탓했다. '인사권이 어떻게 행사돼야 하느냐'라고 묻자, 전체 응답자의 53.0%는 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까지 인사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답했다. 윤 당선인이 요청한 대로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응답은 40.4%에 그쳤다.
 
28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접견실에서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일본대사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로 이전하려는 과정에서 보여준 일방통행식 독선도 윤 당선인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했다. 윤 당선인은 자신의 대선 공약이었던 광화문 정부청사로의 이전을 "재앙"으로 규정하면서 스스로 뒤집었다. 일절의 소통 없이 국민적 합의를 생략한 채 용산 이전을 일방적으로 발표했고, 이후 제기된 안보 공백, 막대한 이전 비용, 법적 근거 미비 등을 놓고 다시금 국민을 분열의 장으로 몰아넣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해당 논란에 관해 "정치적 체스 조각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신기욱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소장의 발언을 인용 "아이들의 멍청한 싸움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여론 역시 싸늘했다.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30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58.1%가 '반대'했다. '찬성' 비율은 33.1%에 그쳤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윤 당선인의 수사지휘권 폐지 방침에 반대 의견을 표명하자 인수위가 법무부 업무보고를 거부하는 등 점령군으로 군기 잡기에만 몰두한 것 역시 비판의 대상이다.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31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 인수위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29.6%에 그쳤다.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는 46.2%였다. '보통 수준' 17.7%, '잘 모르겠다'는 6.5%로 집계됐다. 윤 당선인은 검찰의 독립과 중립을 이유로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와 검찰총장의 독자적 예산 편성권 등을 약속했지만, 민주당과 시민사회는 검찰이 선출권력으로부터 통제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될 수 있다며 이를 검찰공화국의 신호탄으로 바라봤다. 
 
28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로 점심식사를 마치고 복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급기야 새정부 출범 전부터 국민적 기대치가 낮아졌다. '새로 출범할 윤석열정부에 대해 어느 정도의 기대를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50.0%가 '기대가 낮다'고 답했다. '기대가 높다'는 의견은 46.4%였다. 역대 사례를 보면 국민들은 '새 대통령을 밀어주자'는 심리로 정부 출범 직전 가장 높은 기대치를 보였다는 점에서 이 같은 결과는 상당히 이례적이란 평가다. 윤 당선인 20일에 대한 국민적 평가는 지극히 냉랭했고 날카로웠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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