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쌍용자동차까지 매각이 불발되면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다. 이미 차기 정부에서 금융 공공기관 수장 중 교체 1순위로 거론되고 있는 만큼 쌍용차 매각 무산은 산은 리더십 교체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쌍용차는 지난 28일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투자계약에서 정한 잔여 인수 대금 예치 의무를 이행하지 못했다면서 인수·합병(M&A) 투자 계약 해지를 공식 발표했다. 쌍용차 인수 본계약 체결 두 달 만에 매각 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업계에선 곧바로 이 회장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졌다. 이미 올해 초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물거품 된 가운데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의 M&A도 아직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 비판의 화살이 이 회장을 향하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쌍용차 매각은 처음부터 쉽지 않은 작업이었는데 그래도 이 회장이 이것저것 해보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면서도 "하지만 결과가 이렇게 나오다 보니 수장으로서 비판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 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산은 자금이 국민의 혈세란 생각을 갖고 조금 더 고민을 해야 한다"면서 "M&A를 할 때 잘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조금 더 세밀하게 설계를 해서 진행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로써 쌍용차 등 주요 기업의 매각 건은 차기 정부의 몫이 됐다. 이 회장은 이렇다 할 성과를 못내면서 교체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산은 부산 이전 공약에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차기 정부와 동행은 힘들어진 상황이다.
산은 관계자는 "공공기관 수장이 정부와 반대되는 목소리를 내면 결국 힘들어지는 것은 내부 직원들"이라면서 "이 회장도 이런 부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평소 직원들에게 본인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으니 걱정말라는 식의 얘기를 많이 한 것으로 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2월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금융위원장 초청 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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