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 무산으로
쌍용차(003620)는 또다시 청산 기로에 서게 됐다. 청산 결정이 내려질 경우 협력업체까지 줄도산하면서 대량 실직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쌍용차는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인수대금 예치시한인 지난 25일(관계인집회 5영업일 전)까지 잔여 인수대금 예치의무를 이행하지 못함에 따라 '인수합병(M&A)을 위한 투자계약'이 해제됐다고 28일 밝혔다.
관계인 집회는 다음달 1일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에디슨모터스는 계약금 305억원을 제외한 잔금 2743억원을 내야 했다. 하지만 미납입으로 계약이 해제됐고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는 최종 무산됐다.
이번 계약 해지로 쌍용차는 새 인수자를 물색해 신속하게 재매각을 추진, 법 상 허용되는 기한 내 새로운 회생계획을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쌍용차-에디슨모터스 인수합병(M&A) 일지.(표=뉴스토마토)
정용원 쌍용차 법정관리인은 "최단 시일 내 재매각을 성사시켜 이해관계자들의 불안 해소는 물론 장기 성장의 토대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돌입 약 1년 만에 새 주인 찾기에 나서지만 험로가 예상된다. 지난해 입찰 공고 당시 쌍용차에 인수의향서를 보낸 업체와 사모펀드 등은 11개에 달했지만 본입찰에는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 등 3곳만 참여했다.
SM그룹 등 다른 기업들이 입찰을 포기한 점을 고려하면 새로운 인수자가 나타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인수자가 나오더라도 에디슨모터스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할지도 미지수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재공모를 통해서 업체를 선정해야 하는데 절차와 시간도 많이 걸리지만 과연 어떠한 기업이 응모할 것인지는 굉장히 부정적이다"며 "현재 현실적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청산 쪽으로 접근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법원 조사위원은 지난해 6월 쌍용차를 존속하는 것보다 청산하는 것이 가치가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쌍용차의 청산가치는 9820억원이고 계속기업가치는 6200억원으로 조사됐다.
쌍용차는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인수대금 예치시한인 지난 25일(관계인집회 5영업일 전)까지 잔여 인수대금 예치의무를 이행하지 못함에 따라 '인수합병(M&A)을 위한 투자계약'이 해제됐다고 28일 밝혔다. 사진은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모습.(사진=뉴시스)
새 인수자가 나오지 않으면 쌍용차는 청산 절차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 400여개에 달하는 쌍용차 협력사들의 연쇄적인 파산까지 우려된다.
2009년 8월 쌍용차 법정관리 후 파업 등으로 인해 납품 의존도가 50%를 넘는 1차 협력사 32개사 중 4곳이 부도를 냈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25개사가 휴업했다. 2차 협력사 399개 중 19곳은 도산 또는 법정관리를 받았다. 2020년 기준 이들 업체가 쌍용차에 납품한 금액은 1조8000억원이다.
에디슨모터스의 인수를 반대했던 344개 협력사로 구성된 쌍용차 상거래 채권단은 법정관리를 유지해 기업 가치를 올린 뒤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병훈 쌍용차 상거래 채권단 사무총장은 "다시 법정관리를 유지해서 적정한 매수자가 나타날 때까지 자체 운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자금력이 부족한 쌍용차가 새 주인 없이 경영정상화를 이끌어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쌍용차는 지난해 6월 M&A 절차를 시작할 당시와 비교해 재매각 여건이 개선됐다는 입장이다. 특히 신차 J100은 개발이 완료돼 오는 6월 말 출시를 앞두고 있고 중국 전기차 기업인 BYD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내년 하반기 U100도 출시할 예정이다.
쌍용차는 현재 미출고 물량이 약 1만3000대에 이르고 있어 반도체 등 부품수급 문제만 해결된다면 생산라인을 2교대로 가동해야 할 정도로 회사운영이 정상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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