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통계 없는 ‘촉법소년 연령 하한’ 추진 중단해야”
"'하향 추진', 아동사법제도 도입 취지와 배치"
2022-03-31 19:19:26 2022-03-31 19:19:26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정부·국회의 촉법소년 연령 하한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민변은 지난 29일 법무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촉법소년’ 연령 하한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한 것에 대해 “제대로 된 아동사법 조치를 고민하고 마련하라”고 31일 성명을 통해 밝혔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소년법으로 대표되는 아동사법제도가 도입된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되며, 증거기반 형사정책도 아니라는 주장이다.
 
특히 현재 촉법소년에 대한 통계가 부재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소년범죄의 저연령화, 범죄 발생율과 재범률이 계속 높아졌다는 것은 어떤 결과도 뒷받침하지 못하는 자료들”이라며 “경찰과 검찰의 통계가 다르게 나타나는 등 현재 소년범죄에 대한 각종 통계로 제시되는 것들은 실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소년보호사건의 경우 경찰에서 검찰을 거치지 않고 바로 법원으로 송치되거나 수사기관을 거치지 않고 시설 등에 의해 바로 법원으로 송치돼 각 기관마다 집계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민변에 따르면 2018년부터 경찰청 범죄통계와 대검찰청 범죄분석에서 촉법소년 통계는 완전히 제외됐다. 법원행정처 사법연감에 나타난 경찰서장 송치사건 접수내용도 촉법소년과 ‘우범소년’에 대한 사건 전부를 체계적으로 보고하지 않는다.
 
그나마 최근 경찰이 ‘킥스(KICS-형사사법정보시스템)’ 내부에 촉법소년 통계를 신설하고 통계 항목을 세분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민변은 “촉법소년의 범죄유형도 주요 강력범죄를 중심으로 한 7개 유형으로 매우 단순화돼 있는 등 사건의 규모와 특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통계가 없다”며 “증거기반 아동사법제도 운영을 위해 가장 기초가 되는 통계자료가 제대로 수집되지 않는 현실에서 연령 하향을 통해 처벌적 규제를 강화하려는 단순한 결정은 정상성과 비정상성을 나누어 차별과 편견을 고착화하는 혐오 정책의 일환”이라고 역설했다.
 
또한 “현행 보호처분은 이미 최대 2년의 소년원 송치뿐 아니라 소년분류심사원, 청소년회복지원시설, 6호 시설 감호위탁처분 등으로 통제와 관리가 우선되는 자유박탈적 처우를 중심으로 실시하고 있고, 이미 현행법상 10세는 최대 6개월 소년원 송치가 가능하다”며 “과밀수용, 교육과 여가·문화생활의 박탈은 물론, 갇혀진 시설 내부에서 위계에 익숙해지고 폭력에 더 쉽게 노출되기도 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수강명령, 사회봉사, 보호관찰 처분은 아동의 눈높이에서 아동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아동의 회복에 적합한 역할을 하고 있는가, 범죄가 발생하기 전 우리 사회는 위태로운 상황에 내몰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가” 되물었다.
 
앞서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에 아동사법 제도 운영 관련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을 만 14세로 유지할 것과 아동사법 전문법원 설립, 우범소년 규정 폐지, 다이버전 제도(조건부 훈방조치)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 등을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18년 11월 형사미성년자 기준 연령 하향이 국제인권기준에서 강조하는 소년의 사회복귀와 회복 관점에 반하고 소년범죄 예방을 위한 실효적 대안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국회의장과 법무부장관에게 표명했다.
2016년 검정고시 전에 수업하고 있는 경북 김천소년교도소 소년수형자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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