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부산세계박람회 유치협력위원회 위촉식 및 1차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부산·울산·경남(PK) 지역은 지방선거 출마를 놓고 여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전통적 보수강세 지역답게 국민의힘에선 속속 후보군 면모가 드러나고 있으나 민주당은 인물난을 겪고 있고 있다. 특히 중량급 인사 중 출마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이가 없어 시간이 갈수록 마음만 급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4·7 재보궐시장에서 당선된 박형준 부산시장의 재선 도전이 유력하다. 박 시장은 아직 출마를 선언하진 않았지만 지난달 31일 취임 1주년을 맞아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연 '시민 초청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70~80%가 다시 태어나도 부산에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들고 싶다"며 "서로가 돌봄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15분 도시라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우리가 함께 잘 살고 보듬는 공동체를 만들자는 게 저의 15분 도시 궁극적인 비전"이라며 재선 의지를 드러냈다. 당내에선 조경태 의원과 박민식 전 의원 등의 출마설이 돌며 박 시장의 대항마로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박 시장은 현역 프리미엄을 내세워 지지를 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박 시장은 부임 이후 2030엑스포 유치,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 메가시티 등 지방분권 정책 등을 강조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에서 부산 지역을 잡은 지 얼마되지 않은 만큼 유리할 걸로 예상한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난리다. 애초 유력한 부산시장 후보로 꼽혔던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달 21일 전격적으로 정계 은퇴와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전 장관은 "선거만 있으면 출마하는 직업적 정치인의 길을 더 이상 걷고 싶지는 않다"며 "이제 정치인의 생활을 청산하고 국민 속으로 돌아가려 한다"고 전했다.
김영춘(왼쪽) 당시 민주당 후보가 지난해 4월7일 선거사무소에서 부산시장 보궐선거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 굳은 표정으로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부산 지역구인 박재호·전재수·최인호 의원 모두 부산시장 불출마를 표명한 상황이다. 20대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한 데다 보수강세 지역인 부산에서 시장에 도전해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인물난이 거듭되자 변성완 전 부산시장 권한대행이 출사표를 던질 걸로 예상되지만 '인지도 부족에 대한 우려가 크다.
다민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부산에서 40%에 달하는 고정 지지기반을 확보했기 때문에 아직 포기하기는 이르다는 설명도 있다. 부산과 큰 인연이 없는 이재명 상임고문은 대선 때 부산에서 38.15%의 득표율을 얻었다. 18·19대 대선 때 문재인 후보가 부산에서 각각 39.87%, 38.71%의 득표율을 확보한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송철호 울산시장이 지난달 28일 오후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반구대암각화 앞에서 사연댐 수문설치 타당성용역 완료에 따른 현장브리핑을 갖고 있다. (사진=뉴시스)
울산시장의 경우 민주당에선 송철호 시장의 재선 도전이 유력하다. 송 시장은 시정을 운영하며 2030년까지 울산 앞바다에 9GW급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 건설 등 지역 발전 구상을 제시했다. 송 시장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52.88%의 지지를 얻어 김기현 후보(40.07%)를 꺾고 당선된 바 있다. 다만 이번 대선에서는 윤석열 당선인이 울산에서 54.41%, 이재명 상임고문이 40.79%의 지지를 얻어 정치지형의 결이 다소 변했다.
국민의힘은 달라진 판세를 기회로 노리면서 울산시장 재탈환에 나섰다. 출마를 선언한 후보가 7명이나 된다.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 김두겸 전 남구청장, 박맹우·박대동·서범수·이채익 의원, 허언욱 전 울산시 행정부시장이다. 국민의힘은 윤석열정부 출범 후 여당이 된다는 점에서 지역 민원해결과 생활밀착형 공약을 꺼내고 있다. 정 전 부의장은 "어르신들의 시내버스 요금을 무료화하고 버스 정류장에서 무료 인터넷을 사용토록 하겠다"고 했다. 서 의원은 "울산 전체를 증강현실(AR) 게임공간으로 만들어 100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겠다"고 약속했다. 박맹우 의원은 "울산경제혁신회의를 설치, 경제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민주당의 인물난은 경남도지사 후보를 찾는 데도 이어진다. 현재 양문석 전 통영고성위원장과 시민운동가 출신의 성덕주 후보 정도만이 출마를 선언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김경수 민주당 후보는 52.81%의 지지율로 김태호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후보(42.95%)을 꺾고 당선됐으나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연루돼 도지사직을 잃었다. 이후 경남에선 대선 때 윤석열 58.24% 대 이재명 37.38%로 윤 당선인의 손을 들어줬다.
국민의힘은 박완수 의원과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박 의원은 수소 혁신 플랫폼 구축, 연구개발 실용화 단지 조성 등을 통한 4차 산업혁명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이 전 장관은 경남항만공사 설립과 지리산 산악열차 건설 등을 강조했다.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로 꼽히는 윤한홍 의원의 출마설이 나오지만 새정부 출범 후 입각 가능성이 커지면서 출마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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