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정부가 치솟는 유가 부담을 덜 수 있는 '유류세 인하' 카드를 5일 결정할 예정이다. 경유 값이 휘발유 값을 역전하는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생계형 사업자인 화물차 운전자를 위한 유가 보조금의 추가 지급도 검토 중이다.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물가관계장괸회의'를 열고 유류세 인하폭 확대와 유가 보조금 추가 지급 방안을 결정한다.
고유가 사태 진정을 위한 유력한 방안으로는 유류세 인하 폭 확대가 거론된다. 정부는 오는 5월 1일부터 7월 말까지 유류세 인하율 20%를 30%로 확대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111달러로 2월 평균 92달러보다 20.3% 폭등했다. 이날 한국석유공사의 유가 정보 사이트 오피넷을 보면, 서울 주유소 평균 판매 가격은 휘발유가 1리터(ℓ)당 2054.97원으로 지난달 11일 이후 3주 넘게 2000원대를 유지했다. 또 경유는 1ℓ당 1982.08원을 기록하며 2000원에 근접한 모습을 보였다.
또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물가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3월 물가 상승률은 3%대 후반을 넘어 2011년(4.2%) 이후 10년 만에 4%대에 진입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유류세 인하 폭을 30%로 확대할 것을 요청한 상태다.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은 "유가 급등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 일괄적 조치 외에도 서민과 영세업자에 대한 추가적 지원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현행법상 유류세의 인하 폭 한계는 30%다. 이 방안이 적용될 경우 휘발유 1ℓ당 세금은 574원으로 내려가며 유류세 인하 전보다 246원, 유류세 인하 폭 20% 적용 시보다 82원 싸진다.
만약 정부가 경기 상황이나 세수 여건을 고려해 세율을 조정하는 탄력세율까지 손을 댈 경우 실질적인 유류세 인하 폭은 37%까지 늘어날 수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국제유가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낮지 않은 만큼, 정부는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을 남기기 위해 탄력세율 조정은 후순위에 둘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생계형 화물차 운전자를 대상으로 유가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유가보조금이란 정부가 유가 인상분이나 유류세 인상분의 일정 금액을 보조해 주는 제도다.
최근 유류세 인하로 유가보조금 지급 단가가 낮아지면서 화물 업계에서는 유가 부담이 더 커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국제유가 상승과 함께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넘어서는 곳들도 발생하고 있다.
유류세 움직임에 따라 보조금이 등락하는 방식이어서 정부가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할 경우 화물차 운전자 등 물류 종사자들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줄어든다.
이에 정부는 유류세 인하 폭이 커져도 유가 보조금 혜택을 그대로 받을 수 있도록 보조금 책정 방식을 한시적으로 바꾸거나, 유가 인상과 연동해 보조금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물가 안정의 일환으로 유류세 인하 폭 확대 카드를 내놓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에게 분명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유류세 인하, 유가보조금 등 조치는 한시적 방안이다. 근본적으로 국제유가가 하루빨리 안정돼야 이 같은 어려움이 해소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는 5일 물가관계장괸회의를 열고 유가 안정을 골자로 한 물가 부담 완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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