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4일 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제64회 그래미 어워즈'의 최다 관왕은 미국 재즈 뮤지션 존 바티스트였다. 여덟 번째 정규 음반 '위 아(We Are)'로 4대 본상(제너럴 필드) 중 하나인 '올해의 앨범'을 비롯해 총 5개의 그라모폰(축음기 모양 상)을 휩쓸었다. '베스트 뮤직 비디오'(Best Music Video), '베스트 아메리칸 루츠 퍼포먼스'(Best American Roots Performance), '베스트 아메리칸 루츠 송'(Best American Roots Song), '베스트 스코어 사운드트랙 포 비주얼 미디어'(Best score soundtrack for visual media)' 등을 받았다.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 OST 작곡가인 그는 이번 시상식 전부터 11개 부문 최다 후보로 지목돼 기대를 모았다.
1986년생 바티스트는 미국 뉴올리언스 출신으로 뉴욕의 줄리아드 음대에서 공부했다. 재학 시절 그는 '스테이 휴먼(Stay Human)'이라는 밴드를 만들어 활동했다. 2015년에는 미국 CBS 예능 '더 레이트 쇼 위드 스티븐 콜베어' 밴드 리더이자 음악 감독을 맡아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 음반 '위 아'는 장르 활용의 폭이 넓은 이력을 고스란히 담은 수작이다. 재즈를 토대로 가스펠, 솔, 힙합을 짜임새 있는 구조와 생기있는 연주로 구현해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바티스트는 이날 시상식에서 "나는 음악을 사랑하고, 어린 소년이었을 때부터 연주해 왔다. 나에게 음악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 그 이상의 것이었다. 그것은 영적인 연습(spiritual practice)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제64회 그래미 어워즈'의 5개 그라모폰을 휩쓴 미국 재즈 뮤지션 존 바티스트. 사진=AP·뉴시스
한국계 미국 래퍼 겸 싱어송라이터 앤더슨 팩(Anderson .Paak)과 미국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결성한 프로젝트 R&B 듀오 실크소닉은 사실상 이날의 주인공이었다. 그래미는 본상 절반에 달하는 '올해의 레코드'와 '올해의 노래'를 이들에게 몰아줬다. '베스트 R&B 퍼포먼스'와 '베스트 R&B 송'까지 아울러 총 4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호명될 때마다 곡 'Leave the Door Open'에 맞춰 기지개를 켜는 듯한 세리머니로, 자신들이 왜 세계적인 뮤지션인지를 유쾌하게 풀어냈다.
'제 64회 그래미어워즈'에 참석한 한국계 미국 래퍼 겸 싱어송라이터 앤더슨 팩(Anderson .Paak)과 미국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결성한 프로젝트 R&B 듀오 실크소닉. 사진=AP·뉴시스
올리비아 로드리고 역시 본상 중 하나인 '베스트 뉴 아티스트(신인상)'을 비롯해 '베스트 팝 보컬'과 '베스트 팝 솔로 퍼포먼스' 등 총 3관왕에 올랐다.
특히 '베스트 뉴 아티스트(신인상)'을 받은 뒤에는 "가장 큰 꿈이 현실로 이뤄졌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제 64회 그래미 어워드'에 참석한 올리비아 로드리고. 사진=AP·뉴시스
올해 그래미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위로하고, 과거 음악 역사를 조명하며 "시대와 함께 하는 음악"에 대한 질문도 던졌다.
미국 출신의 세계적인 R&B 가수 존 레전드는 시우잔나 이그단, 미카 뉴턴 등 우크라이나 음악인들과 곡 'Free'의 합동 무대를 꾸몄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화면도 크게 띄워 전쟁에 대한 경각심을 되새겼다. 우크라이나 음악가들은 무대를 마친 뒤 "음악이 우리 현실에서 사라지지 않길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임진모 대중음악 평론가는 "베트남 전쟁에 반대했던 밥 딜런처럼 음악이 우리 현실 직시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를 되새겨준 무대"라며 "이런 것이 음악의 사회적 기능이자 역할"이라 평가했다.
빌리 아일리시는 최근 숨진 푸 파이터스의 드러머 테일러 호킨스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히트곡 '해피 댄 에버(Happier Than Ever)'을 록으로 재편곡한 무대를 선보였다. 가상의 장대비가 쏟아지는 무대 위에서, 드럼과 기타를 통해 증폭되는 소리가 호킨스 추모 무대처럼 꾸며졌다. 올해 '베스트 록 앨범(Best Rock Album)', '베스트 록 퍼포먼스(Best Rock Performance)', '베스트 록 송(Best Rock Song)' 등 3관왕에 오른 오른 푸 파이터스는 출연하지 못했지만, 아일리시를 비롯해 여러 후배 가수들의 록 추모 헌정 무대들이 꾸며졌다.
이날 78세의 고령 조니 미첼은 '평생 공로상'격인 '베스트 히스토리컬 앨범(the Best Historical Album)' 수상 차 직접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방탄소년단(BTS)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Group Performance)'에 올랐으나, 끝내 수상이 불발됐다. 도자 캣과 SZA의 '키스 미 모어'에게 이 상이 돌아갔다.
'제 64회 그래미어워즈' 빌리 아일리시 무대. 사진=AP·뉴시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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