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음주운전 전과 등 직무 연관성이 없는 이유로 채용을 거부한 것은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결정이 나왔다.
인권위는 12일 A씨가 모 연구소 소장을 상대로 낸 진정사건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해당 연구소에는 A씨에 대한 최종 임용 불가 통보를 취소하고 신원특이자에 관한 합리적인 심사기준을 마련하는 등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할 것을 아울러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1년 4월 모 연구소의 채용공고를 보고 기간제 일반 연구직 개발관리 분야에 응시했다. A씨는 1차 서류전형과 2차 면접전형에 모두 합격했다. 하지만 연구소가 A씨가 지난 2018년 9월, 음주운전으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은 전과를 문제삼으며 채용을 거부했다. 이에 A씨는 해당 전과는 벌금형으로 실효기간이 2년이라며 “업무와 관련 없는 실효된 전과를 이유로 채용이 거부됐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해당 연구소는 내부 인사관리지침 등에 따른 결과라고 반박했다. A씨가 음주운전을 했을 당시는 ‘윤창호법’ 시행 등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졌을 때로 공직자로서 청렴성과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임용예정자에 대한 신원조사를 하도록 국가정보원법에 명시가 돼 있고, 이에 따라 신원조사 대상자의 과거 비위 사실을 조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관계 법령과 규정에 따른 심의 결과이기 때문에 진정인에 대한 부적격 처분 취소는 어렵다고 했다. 다만 “신원조회 ‘특이점 있음’에 대한 심사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고 있으며 개선 계획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인권위는 연구소가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행위를 했다며, A씨에 대한 최종 임용 불가 통보를 취소하고 합리적 심사기준을 마련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면서 “해당 연구소의 처분은 헌법 제11조 제1항 차별금지 조항과 국가인권위법에 규정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A씨의 지원 업무와 음주운전 사실이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는 점 △A씨가 지원할 당시는 이미 형 집행이 종료된 지 2년이 지나 형의 효력이 상실된 점 △A씨가 범죄의 상습성을 인정할 만한 다른 범죄 사실이 없는 점 △채용 당시 공지한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은 점 △해당 연구소 징계 규정이나 공무원 징계 기준상 최초 음주운전 시 혈중알코올농도가 0.08% 미만이면 감봉-정직 수준의 징계를 부과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권고 이유를 설명했다.
식당 영업시간이 오후 11시까지 조정된 이후 첫 금요일을 맞은 지난3월11일 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유흥가에서 경찰이 음주 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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