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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과학적이고 온전한 손실보상, 가능할까
2022-04-29 06:00:00 2022-04-29 09:11:36
차기 정부의 소상공인 손실보상안 얼개가 공개됐다. 그러나 말 그대로 얼개만 나왔을 뿐 구체적 내용이 빠져 있어 현장에서는 '애매하다',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쏟아져 나온다.
 
사실 대통령직 인수위의 손실보상안 발표 내용을 해석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28일 인수위는 '과학적 추계 기반의 온전한 손실보상'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손실보상안 로드맵을 공개했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소상공인 손실추계 결과만 54조원이라는 숫자로 제시됐을 뿐 지원 혹은 보상 총액 등은 구체적 숫자로 언급되지 않았다. '손실 총액이 54조원으로 추산되나 지원 혹은 보상 총액은 유동적'이라고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그나마 눈에 띄는 것은 '소급적용'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다. 정부의 방역조치가 2년 이상 지속되고 있고, 그 가운데 소상공인들에게 영업제한이라는 무게를 씌운 사회적 거리두기는 2020년 3월에 처음 도입돼 올해 4월17일까지 유지됐다. 손실보상제도가 2021년 7월7일에 어렵사리 만들어졌지만, 그동안은 이 시점 이전의 영업제한에 따른 소상공인의 손실은 보상받지 못했다. 새 정부는 이 사이 공백기간에 소상공인들이 입은 피해를 향후 따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즉, 2020년 3월부터 2021년 7월7일 이전까지 정부의 영업제한 조치에 따라 소상공인들이 입은 피해를 지원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마저도 '추경 통과 즉시 지원', '개별 업체의 규모와 피해정도 및 업종별 피해 등을 종합 고려한 차등지원 방식'이라는 단서가 달려 있다. 추경, 차등지원이라는 단서를 두고 소상공인 업계에서는 '희망고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소급적용에 대해 손실보상금이 아닌 피해지원금으로 언급된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현행 손실보상제는 소급적용을 불허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인수위가 댄 이유다. 하지만 이같은 설명은 소상공인들에게는 그간의 공약과 온도차가 있는, 하나마나한 핑계로 비쳐질 소지가 크다. 애당초 윤석열 당선인과 국민의힘 측은 대선 전까지는 온전한 손실보상을 위해 손실보상 소급적용과 관련한 법률 개정에 나설 것을 여러차례 시사한 바 있기 때문이다.
 
보상의 사각지대를 찾아나선다는 의지는 일단 환영받을 만하다. 하지만 '우리 정책은 과학적'이라고 주장하기 전, 정작 현장 소상공인들의 반응이 차디차다는 점을 깊이 새겨야 한다. 당장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번 인수위 안이 나오자 "현 정부의 안보다 오히려 크게 퇴행된 것"이라는 냉정한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대선은 치렀고, 이제 남은 지방선거 전까지 뭉개기 작전에 들어가는 것은 아닌지 현장에선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는 분위기다.
 
인수위가 이날 소상공인 손실추계가 54조원이라고 한 것 외에 명확히 밝힌 부분이 또 있다. 소급적용과 관련해 손실보상법을 개정하는 것의 어려움, 소급적용에 따른 행정부담이 그것이다. 그런데 인수위가 강조한 '과학적 추계 기반의 온전한 손실보상'이 가능하려면 상황 따라 유동적으로 바뀔 수 있는 '지원'이 아닌, 완벽하고 정확한 계산에 따른 '보상'의 형태여야 하지 않을까. 아직 정권을 채 이양받기도 전 대선 당시 공약에 선긋기 하는 모습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소상공인을 정치 도구화하고 희망고문하는 것은 안 그래도 힘든 이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선거 때마다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탕발림 공약은 이제 그냥 '믿고 걸러도' 될 것 같아 씁쓸하다. 
 
김나볏 중기IT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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