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우리나라 수출기업 10곳 중 8곳 이상은 코로나19 장기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과 기업의 회복 탄력성 강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나온다.
3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우리 기업의 대응 현황'에 따르면 국내 수출기업 1094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85.5%의 기업이 공급망 위기로 인해 문제를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 기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물류 지연, 운송비 폭등 등 '물류난'(35.6%)이었고, '원자재 가격 상승과 채산성 악화'(27.8%), '특정 지역 봉쇄로 인한 피해'(16.9%) 등의 순이었다. 다만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급 차질'(11.8%) 영향은 아직 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출기업의 공급망 문제 관련 우려. (자료=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기업 규모별로 보면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채산성 악화에 민감하고, 규모가 클수록 지역 봉쇄와 수급 리스크를 많이 겪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기업의 '지역 봉쇄'(18.8%)와 '수급 차질'(14.1%) 경험의 응답 비중이 중소·중견기업보다 높은 것은 국외 진출 비중이 높고, 거래 대상국이 다양한 데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71개 대기업에서 최근 봉쇄 조처가 시행된 베트남, 러시아 등을 포함한 124개국에 4703개의 해외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중소기업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28.9%) 응답률이 높은 것은 원가 상승분을 판매 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운 시장 여건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수의 중소기업은 대기업으로부터 원자재를 조달해 중간재를 생산 후 다시 대기업에 납품하는 구조로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판매 단가에 반영하기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2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하역 작업이 분주하게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러한 공급망 애로사항에 대해 우리 기업들은 '핵심 품목의 대체선 발굴'(35.9%), '재고 확보'(17.8%)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대로 대응 전략이 없거나(12.4%), 일시적인 생산 감축과 중단(15.3%)으로 대처하는 등 공급망 위기에 실질적인 대응이 어려운 기업도 전체 4곳 중 1곳에 달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전담 조직, 인력 강화를 시행했거나 예정인 대기업(20.7%) 비중이 중소기업(6.9%)보다 크게 높아 공급망 문제를 중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관점에서 대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생산 감축과 중단 예정 또는 대응 전략이 없다는 답변은 중소기업에서 상대적으로 높아 중소기업의 공급망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분석됐다.
공급망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정부 지원으로는 가장 많은 기업이 '물류난 완화'(39.4%)를 꼽아 물류 지연 해소를 위한 선복 확보, 운임 등의 지원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선제적 위기관리와 대응을 위한 '공급망 조기경보 시스템 운영'(20.8%)에 대한 수요도 컸다.
박가현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최근의 공급망 위기는 국제 정세, 자원 민족주의, 기후변화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데다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점점 커지고 있다"며 "공급망 위기 극복과 기업의 회복 탄력성 제고를 위해 정부는 물류난 등 문제 해결에 힘쓰고, 상시 모니터링 강화를 통해 기업들이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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