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늘리자"…금리 낮추고 한도 올리는 은행들
차기 정부, DSR 규제 유지 가닥…대출한도 감소 불가피
40년 주담대·10년 신용대출 출시…"한도 확대 효과"
2022-05-09 06:00:00 2022-05-09 06:00:00
[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올 들어 가계대출 감소세가 계속되면서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낮추고 있다. 지난 3월부터 대출금리를 경쟁적으로 낮췄지만 가계대출 감소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기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폭이 더 가파르기 때문에 대출 수요를 늘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만기 연장을 통해 대출 한도를 높이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새 정부 출범 이후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함께 완화가 점쳐졌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현행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DSR은 연소득 대비 전체 금융대출의 원리금 상환액 비율이다.
 
DSR 규제 유지로 빌릴 수 있는 대출 한도가 축소될 경우 가계대출 감소세는 가속화할 수 있다. 지난달 28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2조198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말과 비교해 9954억원 줄어든 것으로 올초부터 4개월 연속 감소한 모습이다.
 
은행들은 DSR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대출 상품의 분할상환 만기를 늘려 대출 문턱을 낮추기 시작했다. 만기가 늘어나면 대출자의 월 원리금 상환 부담은 줄어드는데 이는 DSR도 낮춰 전체 대출 한도를 늘리는 효과를 낸다. 은행 입장에선 다시 가계대출 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주담대의 경우 주요 시중은행 중에선 하나은행이 가장 먼저 40년짜리 초장기 상품을 지난달 21일 선보였다. 이어 NH농협은행이 9일부터 4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출시한다고 밝힌 가운데 신한은행도 대열에 합류했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이달 중 40년짜리 주담대 상품을 내놓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담대 만기를 40년으로 늘리면 30년 또는 35년짜리 대출에 비해 월 상환액이 줄어든다. 다만 전체 대출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갚아야 할 총 이자액도 늘어나는 부분은 대출자가 유의해야 하는 지점이다.
 
신용대출 만기도 늘어나는 추세다. 국민은행은 지난 29일부터 분할 상환 방식 신용대출의 만기를 최장 5년에서 10년으로 늘렸다. 10년 만기의 신용대출 상품은 이번이 처음으로 다른 시중은행들도 만기 연장을 검토 중인 상황이다.
 
은행권은 최근 시장금리와 함께 대출금리가 급등했고 당분간 금리 상승기가 이어질 확률이 높은 만큼 만기 40년짜리 주담대와 10년짜리 신용대출에 대한 수요는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오는 7월부터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총 대출액이 1억원만 넘어도 DSR 적용 대상이 되는 만큼, 대출자 입장에서 만기가 길어진 대출 상품에 대한 수요는 높을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담대는 대출자 대부분이 10년도 안 돼 기존 대출을 상환하고 다른 대출로 갈아타기 때문에 만기를 5년 늘린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될 것은 없다"면서도 "대출 만기가 늘면 한도가 늘어나겠지만, 이자 총액이 늘어나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 대출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한 은행 창구에 금융소비자보호법 관련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사진=뉴시스)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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