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권 제외 근거 대라” LCC 노조의 반발
(항공, ‘머나먼 엔데믹’②)메가캐리어 둘러싼 갈등과 우려
티웨이항공, 양사 결합 실패시 장거리 효과 반감
진에어 노조 ‘기업결합 전제 운수권 배분 제외’ 의심
2022-05-10 06:00:00 2022-05-10 06:00:00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대한항공(003490)아시아나항공(020560)의 기업결합이 저비용 항공사(LCC)의 우려와 갈등 속에 추진되고 있다. 기업결합은 ‘메가 캐리어’ 탄생과 LCC 노선 확장 효과를 가져오지만 실패할 경우 대형기 도입 효과 반감과 정부의 운수권(특정 국가 취항 권리) 배분 제외에 따른 갈등 심화 등이 예상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이 진행되면서 일부 LCC에 장거리 노선 확보 기회가 열린 반면, 확정되지 않은 기업결합을 전제로 국제 운수권 배분에서 제외됐다는 의혹을 가진 종사자도 생겨나고 있다. 사진은 대한항공 보잉 B787-9. (사진=대한항공)
 
“50년 못 얻는 운수권” 물거품 될수도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 결합은 국내에 이어 해외 경쟁당국 심사가 진행중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주식 63.88%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2019년 기준 각각 항공여객 세계 44위와 60위인 양사 결합 승인은 대한항공이 메가 캐리어로 도약하는 발판으로 주목받았다.
 
다만 미국·영국·호주·유럽연합(EU)·일본·중국 등 6개 해외 경쟁당국 심사가 남아 기업결합 무산 가능성이 남아있다.
 
이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최근 기업 결합의 이점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달 21일 열린 세미나에서 대한항공이 코로나19 이후 한국과 미국 공급망 문제 완화를 위해 노력했고, 이번 인수가 재정이 어려운 아시아나항공 운항 중단을 막아 양국 손실을 예방한다고 주장했다.
 
LCC에는 기회와 우려가 교차한다. 양사 결합의 수혜가 예상되는 대표적인 LCC가 티웨이항공이다. 티웨이항공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추진 이전인 2017년부터 대형기 도입을 준비했는데, 대형사 간 기업결합이 추진되면서 국제 노선 재분배 수혜자로 떠올랐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결합 조건으로 10년간 26개 국제노선  슬롯(특정 시간 공항 이착륙 권리) 반납을 내걸었다.
 
티웨이항공은 2027년까지 대형기 에어버스 A330-300을 20대 확보·운용해 국제 노선 슬롯 재분배 이점을 누리려 한다. 유럽은 프랑크푸르트·런던·파리·로마·이스탄불, 중국 노선은 장가계·시안·선전·베이징 등이 해당된다.
 
우선 올해에는 A330-300 세 대를 확보한다. 현재 두 대를 갖고 있고 이달 안에 한 대 더 들여온다. 이후 매년 3~4대씩 대형기를 늘려갈 예정이다.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는 지난 3월 첫 대형기 에어버스 A330-300 기내에서 간담회를 열고 "50년을 기다려도 얻을 수 없는 운수권으로 유럽, 중국 노선 등 전부 매력적”이라며 “우선 대형기 도입을 통해 서유럽, 미국 서부 등 장거리 노선에 도전해볼 생각”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티웨이항공이 운수권을 확보한 장거리 노선은 호주 시드니와 크로아티아, 키르기스스탄이다. 티웨이항공은 대형기 세 대가 확보된 이후 각 노선에 대한 운항권 신청을 검토할 방침이다.
 
다만 대형기 도입에 따른 기대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 티웨이항공은 대형사 간 결합이 무산돼도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장거리 노선 확보를 지속할 방침이다. 이 경우 양사 결합 효과에 따른 장거리 노선 배분이라는 기대와는 거리가 멀어진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양사 결합이 확정되지 않는다 해도 현재 LCC가 갈 수 있는 노선이 포화 상태”라며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대형기가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에어 B737-800 여객기. (사진=진에어)
 
‘결합 전에 미리 제외’…불발시 갈등 격화
 
이번 기업 결합은 일부 LCC 종사자와 정부 간 갈등의 불씨도 품고 있다. 국토부는 양사의 슬롯 반납 근거로 기업결합에 따른 국제·국내선 중복노선이 각각 65개와 22개인 점 등을 들었다. 한진칼 LCC 진에어와 아시아나 계열 에어부산·에어서울 결합을 가정한 숫자다.
 
문제는 국토부의 조건부 결합 결정 이후 새 해외 운수권 배분에서 이들 LCC가 제외됐다는 점이다. 업계에선 해외 경쟁당국의 승인은 물론 LCC 간 기업결합도 시기상조인데 국토부가 정무적 판단을 하지 않았느냐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달 14일 인천-몽골 울란바토르 노선을 포함한 국제운수권을 배분했는데 세 회사가 나란히 운수권 확보에 실패했다.
 
이에 진에어 노동조합은 지난 3일 국토부를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현행법에 따른 각종 평가지표를 토대로 운수권을 배분했는지, 공정위의 대형사 기업결합 승인에 따른 정무적 판단을 했는지 확인해 봐야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항공교통심의위원회 판단을 따랐을 뿐, 진에어 노조가 의심하는 정무적 판단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진에어 노조는 답변 기한인 이달 13일 안에 국토부가 대응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답변할 경우 이의신청 할 계획이다.
 
진에어 노조 관계자는 “우리의 입장은 복잡하지 않다”며 “행정을 법대로 했는지 보여주고 그렇지 않았다면 책임지라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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