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청렴·성실, 정은경이 보여준 공직자의 덕목
2022-05-19 06:00:00 2022-05-19 06:00:00
청렴과 성실이 위엄과 신뢰를 만든다. 정약용의 <목민심서>에 나오는 구절이다. 청렴하고 성실한 공직자가 국민으로부터 존경을 받고 믿음을 얻을 수 있다. 존경과 믿음을 바탕으로 협력을 이끌어 내는 것이 공직자의 리더십이다.
 
정은경 1대 질병관리청장이 17일 퇴임했다. 그는 요란하지 않게 질병관리청을 떠났다. 이임식도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채 직원들끼리 비공개로 진행했다. 이임사에서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한 국민과 의료진, 방역 담당자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전인 2017년부터 질병관리본부장으로 일했다. 이후 2020년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하자 방역 사령탑 역할을 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1월 이후 노란 점퍼를 입은 채 매일같이 언론 브리핑을 진행하며 국민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대구와 경북을 중심을 코로나19가 대유행하자 머리감을 시간을 아끼겠다며 짧은 머리로 변신했다. 정은경 전 청장은 3T 전략(검사·추적·치료)으로 유행을 억제하고 방역 체계를 정립했다. 0.13%라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치명률이라는 성과를 냈으며 2020년에는 'BBC 올해의 여성 100인'과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포함되는 등 'K-방역'의 주역으로 평가받았다.
 
전문성 뿐 아니라 업무를 대하는 태도도 조명을 받았다. 지난해 6월 정은경 당시 청장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이 공개됐다. 사용 시간은 주로 점심과 저녁 식사 시간이었으며 질병관리청 청사 주변의 식당과 카페 등에 사용처가 집중돼 있었다. 공직자들이 업무추진비를 꼼수로, 깜깜이로 쌈짓돈처럼 자유롭게 쓴다는 소식만 접하던 국민들은 정은경 당시 청장의 청렴함을 찬사했다.
 
오죽하면 정부가 재난지원금 충당 등 코로나19 고통분담을 이유로 장·차관급 이상 공무원 급여를 30% 국가에 반납하고 연가보상비도 반납하기로 결정하자 국민청원에 '코로나 대응을 위해 힘쓴 질본 직원들의 연가보상비를 보장해달라'는 청원도 올라왔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간절함을 폄하해서는 안 된다. 그 간절함은 성실한 태도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어느 기자가 잠은 제대로 자느냐고 묻자 "1시간 이상은 자고 있다"고 대답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러한 성과와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2020년 9월 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됐고,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초대 질병관리청장이 됐다.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를 장기간 유지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키웠다는 지적이나 늦어진 백신 도입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초기 방역 대응을 잘 한 것에 비해 오미크론 대응은 미진했다는 평가도 있다. 윤석열 정부는 정은경 청장을 중심으로 이뤄낸 'K-방역'을 '정치 방역'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세계가 인정한 'K-방역'의 비하는 결국 제 얼굴에 침 뱉기다.
 
바통을 이어받은 2대 백경란 청장은 취임사에서 '과학 방역'을 강조했다. 지금까지의 성과와 실책을 모두 스승 삼아 국민에게 신뢰와 존경을 받는 새로운 사령탑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현주 경제부 기자 kkhj@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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