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로 허가된 약들이 국내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로 승인됐지만 우세종으로 자리잡은 오미크론 변이의 중증화율이 낮아 실제 사용량은 저조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재유행 가능성을 들어 치료 옵션 확대를 반기는 모양새다.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 로슈가 개발하고
JW중외제약(001060)이 공급하는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악템라'는 지난 3월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사용승인돼 중증 환자들에게 처방되고 있다.
악템라 사용 대상은 전신 코르티코스테로이드를 투여받고 있으며 산소치료가 필요한 2세 이상의 코로나19 입원 환자다.
이달 들어서는 미국에서 또 다른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올루미언트'가 코로나19 치료제로 정식 승인됐다. 이번 승인으로 올루미언트는 산소 보충, 비침습적·침습적 기계 환기, 체외막산소공급(ECMO)이 필요한 입원 성인 환자에게 사용된다.
식약처가 2세 이상 코로나19 중증 환자에게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악템라'를 사용할 수 있도록 긴급사용승인을 결정했다. (사진=JW중외제약)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가 코로나19 환자에게 쓰일 수 있는 배경은 항염증 작용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바이러스는 초기 증식기를 거쳐 사멸하거나 감염력을 잃는다. 이후에는 체내 면역 물질이 분비된다. 과면역반응이 일어나면 사이토카인 폭풍이 나타날 수 있는데,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쓰인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치료 옵션이 확대된 데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으면서도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의 쓰임새는 적을 것으로 내다봤다. 먹는 약 '팍스로비드'와 달리 중증 입원 환자에게 사용해야 하는데 오미크론의 중증화율이 낮기 때문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19에 걸리면 염증 물질인 사이토카인이 나오는데 류마티스 관절염도 자가면역질환이기 때문에 염증으로 붓거나 통증이 생긴다"라며 "(이번에 코로나19 치료제로 승인된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들은) 염증 차단제로서 중증 환자에게 쓰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BA4, BA5가 소규모로 유행했지만 사망자는 굉장히 낮게 나올 정도로 오미크론의 중증화율이 낮아 약을 쓰는 사람이 적을 것"이라며 "다만 약을 쓸 수 있도록 허가됐고 꼭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를) 써야 하는 경우도 있어 치료 옵션이 확대됐다는 의미를 갖는다"라고 평가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치료제로 쓰이는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는) 항염증 치료제인데 (쓸 일이) 거의 없다"라며 "바이러스가 저지른 염증을 치료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바이러스 치료제와는 다르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신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가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사용승인을 받아) 치료 옵션이 늘어났다"라고 덧붙였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재유행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신규 확진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면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활용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다.
그는 "하루 신규 확진자가 줄어드는 속도에 비해 사망자 감소는 완만하다"라며 "젊은 사람은 (코로나19에 걸려도) 가볍게 앓고 지나가지만 고령자나 기저질환자, 백신 미접종자는 여전히 중증으로 악화할 수 있어 이런 약물들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김우주 교수는 또 "이미 우리나라에도 BA4, BA5가 상륙했고 뉴욕 변이가 퍼질 우려도 있어 여름을 기점으로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라며 "이런 상황을 대비해 치료 옵션을 넉넉하게 확보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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