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6·1 지방선거가 눈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의 공방전도 치열해졌다. 윤석열정부 출범 후 22일 만에 치러지는 첫 전국 단위 선거인 만큼 국민의힘은 '새정부 출범 효과'를, 민주당은 '견제론'과 '일꾼론'을 내세우며 향후 정국 주도권에 사활을 걸었다.
경기도는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여야 모두 "경기도에서 이겨야 지방선거를 이긴 것"이라며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이번 경기지사 선거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의 지난 대통령선거의 연장선으로 치부되며 시작 전부터 많은 주목을 끌었다. 여권으로서는 대한민국 최대 표밭인 경기도 탈환이, 야권으로서는 이재명 위원장 생존을 위해서라도 경기도 수성이 절실해졌다.
김동연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와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가 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SK브로드밴드 수원방송에서 열린 경기언론인클럽·인천경기기자협회가 공동 주최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경기도지사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경기도는 그야말로 초박빙의 양상을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마다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와 김동연 민주당 후보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22일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오마이뉴스 여론조사 결과, 김동연 42.7% 대 김은혜 42.1%의 지지율을 보였다.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0.6%포인트로, 사실상 동률이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지난 20대 대선에서 확인된 경기도의 득표율은 이재명 50.94% 대 윤석열 45.62%로, 서울(이재명 45.73% 대 윤석열 50.56%)과 결과가 달랐다. 직전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후보의 프리미엄이 일부 반영됐다. 이에 민주당은 '이재명 효과'를 노리며 경기도의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뉴스토마토>가 만나본 경기도민의 민심은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처럼 끝까지 대혼전을 예고했다.
지난 22일 오전 10시에 방문한 구리 전통시장은 주말 아침이라 한산했다.(사진=뉴스토마토)
지난 22일 오전 10시께 구리 전통시장에서 만난 김동현씨(56)는 "그래도 김동연이 우세하지 않을까 본다"며 김동연 후보의 당선을 점쳤다. 그는 "당을 떠나서 경기도가 내지에서 온 사람이 많다. 그래서 실리적인 것을 많이 본다"고 이유를 말했다. 이어 "당연히 나이가 드신 분들은 거의 다 김은혜다. 그런데 젊은 사람들은 당을 떠나서 '그래도 누가 더 일을 잘할 거냐' 했을 때 김동연이 낫지 않냐고 한다"고 했다.
남양주 다산신도시의 한 카페 앞에서 만난 덕소 주민 강성우씨는 "이번 선거에서 누가 진보고 누가 보수인지 알겠느냐"며 "젊은 친구들은 김동연이 뭐 했던 사람인지도 잘 모른다. 아마 우리 애들도 모를 것"이라고 인물론에 반박했다. 이어 "진보·보수도, 인물 싸움도 아니다. 당 보고 찍는 싸움"이라며 "그렇다면 빨간 당이 좀 유리하지 않을까"라는 의견을 냈다. 지방선거에 대한 낮은 관심도 전했다. 그는 "아예 관심들이 없다. 한꺼번에 몇 명씩 뽑는데 교육감의 경우 누가 나오는지는 아냐"고 반문했다.
하남시 미사 호수공원에서 만난 이들은 모두 여권을 지지한다고 했다. 특히 '부동산'에 대한 문재인정부의 실망감을 표출하며 심판을 했으니 앞으로 나아질 것이란 기대를 보였다. 부모님과 나들이를 나온 김모씨(20대·여)는 "국민의힘을 좋아한다"며 "가족이나 친구들도 그런 얘길 많이 한다"고 전했다. 그는 "원래 친구들 중 민주당이 좀 있었는데 슬슬 독립할 시기가 되니까 방 한 칸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운 친구도 있다"며 "이번을 계기로 앞으로 좀 뭔가 변화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곧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망월동 30대 남성은 "사실 대선이나 지금이나 만족스럽지 않기는 매한가지"라며 "이재명이 나온다고 '뭐?' 이런 느낌이다"고 말했다. 그는 "1주택 청년 정책을 펼치는 김은혜를 뽑을 예정"이라며 주택 공약을 집중적으로 보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어 "이전 정권에 실망한 부분이 많으니까 후보 자질이나 능력보다 당을 보고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 중앙시장. 2년 4개월간의 재건축으로 현대화된 공설시장으로 재탄생했다고 한다.(사진=뉴스토마토)
성남시에서 만난 시민들은 기존 지역색을 따라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입을 모았다. 태평동 중앙시장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강씨 할머니(83·태평동)는 "김동연이 나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후보고 뭐고 마음이 민주당에 쏠린다"며 "성남 사람 다 그럴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이름을 언급하자 그는 "이재명 때문이라기보다 민주당이니까. 우리는 죽어도 고(Go)야"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위원장이 전 경기도지사를 맡았던 시절 혜택을 많이 봤기 때문에 김동연 후보를 지지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나모씨(27·분당구)는 "나랑 둘째 언니가 혜택을 많이 봤다. 취준생 때 넉 달에 100만원 지원해줬던 것도, 면접비도 많이 받았다. 도움이 컸다"고 했다. 그는 "우리 가족은 진짜 혜택을 많이 봐서 좋아하고, 이재명이 성남시장부터 일 잘하는 모습을 꾸준히 봐서 민주당에 대한 애착이 있다"며 "사실 이번에 후보가 누가 나오는지는 잘 모른다. 근데 이재명 라인이라고 하니 뽑을 거 같다"고 답했다.
경기=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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