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회복 이후 심야 교통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서울 지하철이 다시 심야 운행 재개에 나섰다. 코로나19 이후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심야 수송객이 급감했지만 일상회복과 함께 새벽 1시까지 운행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서울 지하철 대부분을 운행하는 서울교통공사의 시름은 깊다. '달릴수록 적자'라는 수익 구조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코로나19 여파로 운송 수입이 급감한 데다 노인·장애인 등 무임수송으로 인한 만성 적자까지 겹치며 2년 연속 1조원 안팎의 적자를 겪고 있다.
코로나19가 처음 등장한 2020년에는 1조113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사상 최악의 실적을 냈다. 2019년 5865억원에 비해 2배 가량 손실이 늘었다. 올해도 1조원대의 적자가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울 지하철 심야 연장 운행은 2020년 4월부터 중단됐고, 지난 2월에는 심야 운송사업 계획이 완전히 폐지됐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달 돌연 심야 운행을 재개하겠다고 폐지를 돌연 번복했다.
일상회복 이후 심야 택시 수요가 96% 가량 늘면서 택시 수급 문제에 봉착하고 올빼미 버스도 노선이 한정적이다 보니 결국 이 책임이 서울교통공사에게 돌아간 것이다.
시민들 입장에서는 환호성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장기적으로 시민들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줄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서울 지하철 노후화로 인해 지난해 25년 이상 된 낡은 전동차 사고가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2배 넘게 급증했다고 한다. 전동차 고장으로 인한 지연 소식도 잊을만하면 들린다. 적자가 심각한데, 공사가 끌어다 쓸 수 있는 부채에도 한계가 있는데, 현재 재무 구조는 시설 투자에 과감할 수 없는 상태다.
이에 서울교통공사는 무임수송 손실이라도 보전해 달라고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철도산업법에 따라 무임손실 일부를 보전 받는 코레일과 형평성이 떨어지는 데다, 적자를 감내하고 교통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공사가 왜 모든 고통을 떠 안느냐는 것이다.
서울시 산하기관이다 보니, 서울시가 노선을 늘리라면 늘리고 중단하라면 중단하고 심야 운행 연장하라면 하고. 공사 관계자는 "서울시와의 관계, 노사와의 관계로 매일이 조마조마한데 교통 복지를 수행하는 입장에서는 일단 승객 수송이 먼저"라곤 하지만 허탈한 목소리를 감출 순 없었다.
시민의 발이 결국 지하철이라면, 서울시와 정부는 이제 시민 복지를 위해 공사의 복지에도 속도를 내야할 차례다. 지하철을 관리하는 공사의 숨통이 터야 시민 안전도 보장된다.
윤민영 사회부 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