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한국과 미국이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전(SMR) 개발·판매 협력에 나서면서 국내 기업들의 관련 투자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양국은 최근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신형 원자로와 SMR 개발, 수출 증진을 위해 양국 원전 산업계가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SMR은 탄소중립 주요 수단으로 각광 받으며 전세계가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초기 투자비가 낮고 수소와 암모니아 등 그린 에너지 생산과 연계 운용할 수 있어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세계 SMR 시장 규모가 연평균 3.2% 성장해 2026년까지 113억 달러(약 14조2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본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원은 2035년까지 390조~6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24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차세대 원자로 기술과 SMR 개발에 7년간 32억 달러(약 3조6000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프랑스는 SMR에 10억 유로(약 1조3000억원), 영국은 SMR 개발·상용화와 차세대 원자로 기술에 3억8500만 파운드(약 6000억원)를 투자해 신규 대형 원전을 건설한다. 중국은 해상부유식 SMR을 개발하고 있고 러시아는 2028년까지 동시베리아에 육상 SMR을 세울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소인수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문재인 정부 때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중단돼 맥을 못추던
두산에너빌리티(034020)의 투자 규모가 관심을 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2월 1조1477억원 규모로 유상증자했는데 1449억원을 2026년까지 SMR 제작 기술 개발과 설비 투자에 사용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뉴스케일파워와 협력해 미국 아이다호 국립연구소 부지에 첫 SMR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쯤 공사가 시작되면 두산의 주요 기자재가 일부 활용된다. 2035년까지는 SMR 주기기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25%를 달성한다는 목표도 세워놨다.
삼성물산(028260)도 뉴스케일파워와 아이다호 SMR 프로젝트 사전 시공계획 수립 단계부터 기술 인력 파견 등 상호 기술과 역량을 공유하기로 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뉴스케일파워에 2000만 달러, 올해 5000만 달러 규모 지분 투자로 전략적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010140)은 덴마크 시보그사와 SMR의 일종인 소형 용융염원자로(CMSR)를 활용한 '부유식 원자력 발전 설비' 제품 개발을 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선박 추진연료로서의 용융염냉각형(MSR) SMR 연구도 한다.
SK(034730)와
SK이노베이션(096770)은 최근 SMR 설계기업 테라파워와 MOU를 맺고 공동 기술개발, 국내외 진출과 상용화에 협력하기로 했다. SK는 에너지·운송·산업 등 전 영역에서 전기수요가 급증하면서 높은 가동율과 수요에 따른 발전량 조절 등 SMR의 가능성에 주목해왔다.
테라파워는 2008년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세웠다. 이 회사는 차세대 원자로 기술인 소듐냉각고속로(SFR) 기술 ‘나트륨’을 보유했는데, 현재 가동중인 3세대 원전보다 안전성·경제성에서 진보한 4세대 기술로 평가받는다. 기존 대형원전은 주로 물을 냉각재로 쓰지만 SFR은 끓는점이 높아 폭발 위험이 거의 없는 액체 나트륨을 냉각재로 쓴다. 테라파워는 미국 정부 지원 아래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실증 사업을 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최근 기존 팀 단위 조직이던 원자력 부문을 ‘원자력사업실’로 격상했다. 조직을 정비하고 핵심 설계기술을 확보해 SMR과 수소 생산, 원전해체와 핵주기, 연구용 원자로와 핵연료 제조시설 사업을 추진한다. SMR 고유 기술 확보도 할 예정이다.
2029년까지는 캐나다와 미국, 폴란드 등지에서 초소형 모듈원전(MMR) EPC(설계·조달·시공) 사업에 진출한다. 2050년까지 204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원전해체 사업도 적극 검토한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원자력사업실 신설에 대해 “SMR은 전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핵심 축으로 각광받고 있는 분야”라며 “기술력과 사업수행 역량 모두에서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함으로써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하고 친환경 포트폴리오 강화를 통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대에도 박차를 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친환경 에너지 사업분야에 적극적인 투자와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글로벌 환경·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덧붙였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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