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등공신은 이준석…넓어진 선택지, 변수는 윤리위
국민의힘, 대선 이어 지방선거도 승리…이준석 상임선대위원장 수훈
선거 대진표, 선대위 관리, 여론전서 민주당 압도…'0선 한계'도 극복
2023년 전당대회 재도전 유력…2024년 국회 입성 땐 대권주자 반열
2022-06-01 22:35:17 2022-06-01 22:35:17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예상대로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압승이 유력해졌다. 1일 투표 마감 이후 발표된 지상파3사 출구조사 결과, 국민의힘은 전국 17곳 광역단체장 가운데 최소 10곳의 승리를 확보했다. 접전지인 경기, 대전, 세종의 개표결과에 따라 최대 13곳을 빨간 색으로 물 들일 수도 있다. 민주당은 다시 호남에 고립되는 일대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국민의힘 일등공신으로는 단연 이준석 대표가 꼽힌다. 이 대표는 '검수완박'에 빗댄 '지민완박'(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완전박살), '방탄출마'(이재명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의 인천 계양을 출마) 등의 프레임 전선을 형성해 여론전을 주도했다. 윤석열 대통령 요청대로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소속의원 전원과 함께 하며 통합 이미지를 구축, 중도층 확장에도 힘썼다. 선거 막판엔 소속의원 및 지방선거 출마자 전원을 사전투표에 참여시켰고,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김포공항 이전론'을 맹공해 민주당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제8회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4년 전 7회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에 당했던 패배를 설욕했다. 지난 3월9일 20대 대선 승리에 이어 이번 지방선거까지 연거푸 이겼다. 국민의힘이 이번에 승리한 원인은 윤석열정부 출범 효과와 민주당의 내홍 및 명분 부재 등이 지목된다. 특히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은 이준석 대표를 빼놓고 설명이 불가능해졌다. 이 대표는 대진표 구성과 선대위 관리, 여론전 등에서 민주당을 압도,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승리의 수훈을 세웠다.
 
1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등이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6·1재보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한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대표는 지방정부 탈환을 목표로 맞춤형 대진표를 짜면서 민주당의 수성 전략을 무너뜨렸다. 충남도지사 선거에선 현역인 양승조 지사에 맞서 충남 보령·서천에서 3선을 지낸 김태흠 후보 카드를 꺼냈다. 이 대표는 당초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할 예정이었던 김 후보를 설득한 끝에 지방선거 도전으로 선회를 시키면서 충청권 승리를 견인했다. 물론 '윤핵관' 권성동 의원을 원내대표에 무난히 안착시키기 위한 의도도 컸다. 김 후보는 충남 지역구 3선에 충남부지사까지 역임해 도정 현안에 밝으며 친박 핵심이기 때문에 충청의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를 거뒀다.
 
박남춘 인천시장에 유정복 후보를 내보내 리턴 매치를 성사시킨 것, 인지도가 다소 떨어지는 황상무 전 KBS 앵커를 대신해 김진태 후보를 강원도지사 후보로 내세운 것도 이 대표의 묘수라는 분석이다. 특히 패하긴 했으나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선 윤형선 후보를 앞세워 이재명 후보를 예상 외의 궁지로 몰아붙이는 효과도 거뒀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의 무연고 약점을 끝까지 물고 넘어졌으며, 안방인 분당갑을 회피했다는 이유로 '방탄출마', '도망출마'로 이 후보의 이미지에 심대한 타격을 안겼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6·1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5월31일 서울시 중구 청계광장에서 총력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론전에서 우위를 확보한 것도 이 대표의 전략이다. 이 대표는 간결한 단어로 압축된 프레임 전선을 통해 공식 선거운동 이전부터 민주당을 수세로 몰았다. 우선 민주당이 강행 추진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에 착안해 지민완박을 내걸었다. 검수완박 역풍으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완전히 박살날 것이라는 경고와 바람을 담았는데, 실제 여론은 민주당의 행보를 '입법폭주'로 인식, 정당 지지율이 추락했다. 아울러 이재명 후보의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를 '방탄출마'와 '경기도망지사'로 규정, 보궐선거 출마 명분을 퇴색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후보는 보궐선거에서 이기고도 '반쪽 승리'에 만족할 처지가 됐다. 
 
선거 막판에는 이 후보의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최대 쟁점으로 띄우며 그를 사면초가에 몰아넣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달 25일 인천 유세 중 "김포공항을 옮기고 강서를 개발하겠다"고 말한 데 이어 27일엔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와 정책협약을 맺고 김포공항 이전을 공약했다. 김포공항을 옮기고 그 부지에 대규모 주택단지를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이는 20대 대선 때 이 후보가 "김포공항을 존치하겠다"고 했던 것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데다 민주당 내에서도 엇박자를 냈다. 이 대표는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즉각 제주도로 달려가 김포공항 이전에 따른 제주도 비행노선 축소가 '제주완박'(제주도 완전박살)이라고 주장했으며, 수도권 광역자치단체장 후보와 제주도지사 후보 등의 연대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를 압박했다.
 
5월18일 광주시 북구 운정동 5·18민주묘지에서 5·18민주화운동 42주기 기념식이 열린 가운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이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당 소속의원 전원을 집결시킨 것도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의 국민통합 이미지를 연출하고 중도층 공략에 큰 효과를 발휘했다는 평가다. 5·18 기념식에 보수정당 의원들이 전원 참석한 건 사상 처음이다. 호남 민심에서는 아직 다가서지 못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중도층에게는 확실한 점수를 딸 수 있었다.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아 당을 일사불란하게 이끈 것도 공으로 평가된다. 이는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선거운동 도중 86 용퇴론을 꺼내며 내홍을 겪게 만든 것과 대비된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큰 사고를 없도록 당과 선대위를 관리한 것만으로도 잘 한 것"이라며 "이런 면에서 아직 '이준석 효과'는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20대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승리하면서 이 대표의 당내 입지도 한층 굳건해질 걸로 관측된다. 이 대표의 향후 정치적 선택지도 넓혀졌다. 이 대표는 내년 상반기 전당대회에 다시 당대표에 도전, 연임에 성공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 대표는 윤석열정부 임기 중반까지 집권여당 대표로서 국정과제 추진을 뒷받침한 공로와 인지도를 바탕으로 2024년 4월 22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에 재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당대표 연임에 성공하고 국회에까지 입성하게 된다면 명실상부 국민의힘 대권주자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가로세로연구소가 제기한 성접대 의혹으로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건 부담이다. 일단 이 대표는 결백을 주장한다. 또 윤리위에 회부된 건 성접대 의혹이 아닌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이 연루된 증거인멸교사 관련 품위유지의무 위반이므로, 이 대표가 직접 책임을 질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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