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같은 대역전…김동연, 단숨에 야권 차기 반열에
개표 내내 뒤지다 오전 5시32분 첫 역전…0.15%포인트 격차 승리
이재명과 비교해 비호감·거부감 적어 중도층에 소구력…친노·친문과도 접점
'흙수저 성공' 스토리…미래담론·경제정책·청년소통 등 강점으로 평가
2022-06-02 17:54:45 2022-06-02 17:54:45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이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선거사무소에서 꽃다발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6·1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였던 경기지사 선거에서 김동연 민주당 당선인이 드라마 같은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민주당이 호남으로 고립되는 참패 속에서 얻어낸 값진 승리였다.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이 인천 계양을에서 생환했지만 명분 없는 출마로 당을 수렁으로 몰았다는 비판과는 대조적으로 김 당선인은 모두의 찬사를 받으며 명실공히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다.  
 
2일 새벽까지 가는 피 말리는 승부 끝에 김 당선인은 282만7593표(49.06%)를 얻어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281만8680표, 48.91%)를 불과 0.15%포인트 차이로 제치고 경기도지사에 당선됐다. 당락을 갈랐던 표는 단 8913표였다. 지상파3사 출구조사 결과가 '접전'을 예고했던 것처럼 두 사람은 드라마보다 더한 승부를 펼쳤다. 개표 내내 김은혜 후보에게 뒤지던 김 당선인은 사전투표의 힘으로 이날 오전 5시32분 첫 역전에 성공했다. 그는 당선이 확실시된 오전 7시10분쯤 경기 수원시 캠프 사무실에서 "오늘의 승리는 저 김동연 개인의 승리가 아니다"라며 당선 소감을 밝혔다.
 
서울과 인천, 충청, 강원 등 격전지들이 모두 넘어가는 상황에서도 김 당선인은 경기만은 지켜냈다. 새정부 출범 직후 치러진 탓에 여론은 국정안정론에 무게가 쏠렸고, 민주당은 거듭된 내홍으로 일찌감치 참패가 예고됐던 터였다. 게다가 상대는 윤석열 대통령의 '입'(당선인 대변인)이었던 김은혜 후보였다. 자연스레 그가 내걸었던 힘있는 집권여당 후보론에 힘이 실렸다. 악조건 속에서도 전국 최대 표밭인 경기에서 승리, 민주당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살리는 동시에 윤석열정부에 대한 견제론의 불씨도 살렸다.
 
드라마틱한 역전승을 거둔 김 당선인은 단숨에 민주당의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오르게 됐다. 대선 당시 정치교체를 교집합으로 손을 잡았던 김 당선인과 이재명 위원장, 두 사람의 라이벌 구도는 불가피해졌다. 특히 이 위원장이 명분 없는 인천 계양을 출마를 강행하며 당을 위기로 몰아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론에 휩싸인 것과는 대조적 상황에 놓였다. 다만, 그의 경기지사 선거를 도왔던 캠프 구성 대부분이 이재명 사람들이라 당장 대척점에 서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8월 전당대회에서 김 당선인이 누구에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 두 사람의 관계는 완전히 다른 구도로 흐를 수 있다. 
 
두 사람을 바라보는 평가는 극히 상반된다. 김 당선인은 직전 경기지사였던 이 위원장과는 또 다른 이미지로 중도층에 소구력이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싸움닭 기질을 보였던 이 위원장과는 다르게 대중적으로 비호감이나 거부감이 없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이는 이 위원장을 괴롭혔던 외연 확장성에서 김 당선인의 가치로 인정된다. 
 
김 당선인이 당내 주류인 친노 및 친문과의 접점이 있다는 점도 이 위원장과의 차별점이다. 김 당선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가 미래 청사진으로 제시했던 '국가비전 2030'을 함께 기획했다. 문재인정부에서는 초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내며 당내 친문 세력과의 연관성도 있다. 김 당선인은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 등을 놓고 청와대 핵심 인사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문재인정부 마지막 국무총리를 제안받는 등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신뢰는 두터운 편이다.  
 
김동연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와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1일 경기 성남 분당구 야탑역 인근거리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동연 캠프 제공, 뉴시스 사진)
 
이 위원장만큼이나 김 당선인도 민심을 파고들 스토리텔링을 갖고 있다. 그는 '흙수저 신화'의 주인공이다. 1957년 충북 음성군에서 태어난 김 당선인은 청계천 판자촌에서 살아야 했던 흙수저 고졸 출신으로, 은행원으로 주경야독하며 경제부총리에까지 올랐다. 11살 때 아버지를 여읜 그는 서울 덕수상고를 졸업하기도 전에 한국신탁은행에 입사했지만 야간대학을 다니며 1982년 만 25세의 나이에 제26회 행정고시와 제6회 입법고시에 동시에 합격했다. 아들을 불의의 사고로 잃은 아픔도 갖고 있다. 
 
김 당선인은 무엇보다 미래 담론을 주도할 정책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2015년 아주대 총장 시절에는 학생들로부터 '갓동연'으로 불리는 등 청년과의 소통력도 장점이다. 지난 20대 대선에 나서면서는 대한민국 금기 깨기의 하나로 기득권 정치를 꼽았고, 이를 위해 아래로부터의 반란을 주도했다. 다만 현실정치의 높은 벽은 그에게 쉽사리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 경제를 비롯한 정책력에서만은 여야 모두 그를 인정한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조차 그의 미래 담론에 대한 깊이와 정책 전문성에는 혀를 내둘렀다. 이와 함께 충북 음성이 고향이라 '충청권 대망론' 기대를 갖게 하는 점도 장점이다.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민주당이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쇄신을 하는 과정에서 김 당선인의 역할도 주목된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위원장과 정치교체를 약속한 김 당선인은 당의 변화를 위한 적극적 역할을 예고했다. 그는 "민주당의 변화와 개혁을 위해서도 제가 맡은 바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출신 민주당 의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김 당선인이 이번에 드라마틱하게 (경기지사에)당선되면서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줬다"며 "장기적으로 (대선주자로)성장해나갈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경기지사로서 제대로 된 성과를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김 후보와 친문 세력이 결합할 가능성에 대해 "결국은 뭉칠 수 있는, 구심점이 되는 대안이 있어야 세력이 유지된다"며 "인위적으로 만들어서는 되지 않는다"고 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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