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외국 법인, 홍콩보다 싱가포르 선호…보안법 영향
한화, 올해 국외 계열사 637곳…삼성 제치고 최다
2022-06-14 11:00:00 2022-06-14 11: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2020년 7월 홍콩에서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이후 국내 대기업이 외국 법인을 설립하는 국가로 홍콩보다 싱가포르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기업으로는 한화가 올해 삼성을 제치고 가장 많은 외국 법인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4일 한국CXO연구소가 발표한 '2022년 국내 76개 그룹 해외 계열사 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내 76개 그룹이 높은 지분을 통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국외 계열사는 123개국에 걸쳐 5287곳으로 집계됐다.
 
조사 대상 그룹 중 한화가 637곳으로 최다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조사된 447곳보다 190곳 늘어난 수치로 태양광 등 에너지와 관련한 국외 사업을 적극적으로 공략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한화 다음으로 삼성은 지난해보다 19곳이 감소한 575곳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SK(541곳), 현대차(395곳), CJ(392곳), LG(365곳), 롯데(206곳), GS(158곳), 포스코(139곳), 네이버(104곳) 등의 순이었다.
 
외국 법인의 소재지를 국가별로 보면 올해 기준 미국에만 1169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지난해 조사된 885곳보다 284곳 늘어난 수치다. 전체 국외 계열사 중 미국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8.8%에서 올해 22.1%로 1년 새 3.3%포인트 높아졌다.
 
중국에는 840곳의 법인이 운영 중이지만, 지난해 조사된 874곳보다 34곳이나 철수했다. 특히 홍콩에 세운 법인은 지난해 163곳에서 올해 154곳으로 9곳이 줄었다. 지난 2020년 5월 당시 홍콩 법인이 170곳이던 것과 비교하면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이후 2년 새 홍콩에서 철수하는 법인이 느는 추세다.
 
지난 1월10일 홍콩 시내에 있는 은행에 설치된 주가지수 전광판 앞을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한 주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AP/뉴시스)
 
홍콩과 달리 싱가포르에는 지난해 167곳에서 올해 186곳으로 19곳이 증가했다. 연구소는 "이를 다른 각도에서 해석하면 우리나라 대기업은 아시아 금융 허브 도시로 홍콩보다는 싱가포르 선호도 패턴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 다음으로는 많은 법인을 보유한 국가는 베트남(268곳), 일본(208곳), 싱가포르, 프랑스(181곳), 인도네시아(166곳), 인도(142곳), 영국(128곳) 등으로 확인됐다.
 
이중 프랑스는 지난해 조사에서 40곳에 불과했지만, 1년 새 4배 넘게 늘었다. 프랑스에 있는 법인이 급증한 것은 한화의 영향이 컸다. 프랑스에 있는 180곳 정도의 외국 법인 중 한화가 설립한 법인은 130곳이 넘었다.
 
최근 전쟁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에는 지난해와 올해 모두 12개 법인이 운영되고 있다. 그룹별로 보면 삼성은 지난해 2곳에서 올해 4곳으로 2곳 더 늘었고, LG는 3곳에서 2곳, GS는 2곳에서 1곳으로 각각 감소했다. 
 
러시아에 둔 법인은 지난해 65곳에서 올해 63곳으로 2곳이 줄었다. 현재 러시아에 있는 63개 법인 중 현대차 계열사가 18곳으로 가장 많았다.  
 
76개 그룹 진출 국가 상위 10위. (자료=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연구소 소장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유가 등 에너지와 곡물 가격 등이 폭등하며 전 세계 경제도 큰 혼란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면서 "특히 러시아에서 최근 맥도날드 등 글로벌 기업이 철수하고 있는 데다 상당한 경영 손실을 보고 있어 현대차 등 국내 그룹이 진출한 법인의 거취를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버진아일랜드, 파나마, 마셜 아일랜드 등 OECD와 IMF 등에서 조세회피처로 거론한 국가에 세운 국내 그룹의 법인은 106곳으로 지난해 121곳보다 15곳이 줄었다. 
 
이번 조사 대상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자산 5조원 이상으로 지정한 76개 그룹이다. 연구소는 국외 계열사에 대해 각 그룹이 공정위에 보고한 자료를 참고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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