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오른쪽) 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 등 비대위원들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총사퇴 의사를 밝히는 입장문을 발표한 뒤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민주당 내 친명계(친이재명) 강경파 의원들이 주축인 '처럼회' 해체 요구가 최강욱 의원에 대한 윤리위 징계를 계기로 봇물이 터졌다. 표면은 강성 팬덤과의 결별 및 계파 해체를 통한 당 쇄신의 일환이지만, 이면에는 '개딸'(개혁의 딸) 등 극성 지지층의 수혜를 입고 있는 유력 당권주자 이재명 의원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도 깔렸다는 분석이다. 이재명 의원은 처럼회 해체 관련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21일 "권력형 성범죄 전력으로 두 번이나 선거에서 져 놓고도 성희롱 발언과 2차 가해로 당을 위기에 몰아넣었다"며 "이 모든 패인의 중심에 처럼회 의원들이 있다. 처럼회는 팬덤에 취해 당을 국민과 멀어지게 만들고 지선을 참패로 이끌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처럼회는 해체해야 한다"며 "강성 팬덤에 기대 당과 선거를 망친 책임을 인정하고 자숙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 전 위원장은 처럼회가 주도한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 통과와 위장탈당 꼼수에 대해서도 지난 지방선거 패인이었다고 혹평했다. 그는 처럼회 소속 최강욱, 김남국 의원을 지목, "최·김 의원을 비롯해 팬덤 정치에 기댄 의원들이 주도한 검수완박은 지방선거의 가장 큰 패인"이라며 "폭력적 팬덤에 기대 민생을 외면하고 검수완박을 강행해 당 지지율이 10%나 떨어졌다"고 질타했다. 역시 처럼회 소속인 민형배 의원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기겁할 꼼수 탈당을 강행해 버렸다"고 힐난했다.
검언유착 허위글 SNS 유포 혐의를 받고 있는 최강욱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7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 전 위원장의 메시지는 최근 처럼회 해산을 촉구한 중진 이원욱, 이상민, 김민석 의원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이원욱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의원의 팬덤을 일부 정치 훌리건이 주도하고 있다. 가장 먼저 정치 훌리건을 없애기 위해 나서야 할 분들이 바로 이재명 의원과 측근 정치인"이라며 "그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는 모임이 처럼회"라고 지적했다. 이상민 의원은 "민평련, 민주주의 4.0, 더 좋은 미래, 처럼회 이런 모임이 계파로 작용을 하는데, 마치 공부모임 하는 것처럼 둔갑을 했다"며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공부 모임으로 둔갑한 계파들에 대해 해체 명령을 해야 한다"고 했고, 김민석 의원은 "정책집단으로서의 처럼회는 선의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이미 평가의 무대에 올랐다"고 했다.
처럼회 반대파들은 지방선거 참패 요인에 검수완박 입법 강행과 팬덤정치가 있고, 그 중심에 처럼회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방선거 패배 직후 정세균계 '광화문포럼' 등 일부 계파가 자진 해산하자 처럼회에 대한 해산 요구도 터져 나왔는데, 이번 최강욱 의원 징계를 계기로 재차 이 같은 주장이 힘을 얻었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제대로 된 지적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간 검수완박 입법 과정 등에서 처럼회가 보인 행태를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 아니겠느냐"고 했다.
지난 7일 오전 국회 정문 앞 담장에 이재명 민주당 의원의 첫 출근을 축하하는 화환이 놓여 있다. (사진=뉴시스)
반면 처럼회는 당론이었던 검찰개혁을 충실히 이행했고, 할 일을 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안민석 의원은 이날 "검찰청 개혁법안은 민주당의 당론이었고 모두가 참여해 이뤄낸 중간 결과물이며 최종 목표는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라며 박 전 위원장을 가리켜 "이를 '검수완박'이라고 조롱하고, 처럼회 해체를 요구하며 지선 참패를 최강욱과 처럼회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매우 단편적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의원은 입을 닫고 있다.
처럼회 해산 주장은 겉으로는 계파 모임 해체와 궤를 같이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팬덤정치와의 결별이며 이는 곧 강성 팬덤을 보유한 이재명 의원을 견제하겠다는 의도와 연결된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처럼회 해체론은 결국 전당대회 등을 앞두고 반대 진영에서 이 의원을 견제하기 위한 논리"라며 "중요한 이벤트를 앞두고 해체와 같은 단어 자체가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고 해석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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