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심상치 않다. LCD 주도권을 가져간 이후 디스플레이 산업에 이어 반도체까지 영역을 확장해가는 모양새다.
이같은 흐름은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의 대량생산 전략에 국내 대표업체인 삼성전자가 기술력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파운드리 시장 경쟁이 한층 가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2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중국의 반도체(IC) 판매는 두자릿 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대중 억제 정책과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IC 판매는 2020년 17%, 2021년 18.2% 늘었으며 올해는 11.21% 증가할 전망이다.
중국의 대표 파운드리 기업으로는 SMIC, 화홍그룹, 넥스칩이 있다. 이들 3사는 올 1분기 기준 총 33억2900만 달러(약 4조31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SMIC, 화홍그룹, 넥스칩의 1분기 점유율은 5.6%, 3.2%, 1.4%로 전분기와 대비해서는 0.4%p, 0.3%p, 0.2%p 각각 늘어난 상황이다. 이들 3개사의 시장 점유율을 합산하면 10.2%이다. 중국 기업 점유율이 10%대 진입한 것은 최초다.
특히 SMIC와 화홍은 1~2위 업체인 TSMC와 삼성전자와 같은 12인치 파운드리에 주력하고 있다. 12인치는 웨이퍼의 크기를 말한다.
12인치 웨이퍼는 기존 8인치 웨이퍼보다 면적이 넓어 더 많은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으며 미세공정에서도 유리하다. SMIC의 12인치 팹(공장)은 베이징과 상하이에, 화홍의 12인치 팹은 우시에 위치해있다. SMIC의 지난해 매출은 54억4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9% 성장했으며 순이익은 17억7500만 달러로 무려 147.76%나 성장했다. 12인치 제품은 지난해 SMIC 매출의 약 60%를 차지했다.
SMIC의 중국 상하이 사업장 전경. (사진=SMIC 홈페이지 캡쳐)
가동률도 마찬가지다. SMIC의 가동률은 지난 1년간 100%대를 유지했다. 올 1분기 가동률은 100.4%, 8인치 환산 월 생산능력은 61만3400대였다. SMIC는 올해 50억 달러를 설비에 투자하는 등 생산라인을 더 늘려갈 계획이다. 현재 상하이, 선전, 베이징 등에 생산라인을 건설하고 있으며 이들 공장 설비 완공 시 생산능력은 2배로 늘어날 예정이다.
2020년 이전 주로 8인치 팹을 가동하던 화홍그룹도 지난해 우시 팹을 가동하면서 8인치에서 12인치 웨이퍼로 전환중이다. 실제로 12인치 웨이퍼의 월평균 생산능력은 웨이퍼 5만6000장, 매출 4억8000만달러로 매출의 29.45%를 차지하며 12인치 매출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화홍은 지난해 기준 전년 대비 69.64% 증가한 16억3100만 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올해 1분기 화홍반도체의 12인치 매출은 전체 매출의 44.1%를 차지해 전분기보다 5%p 늘었다.
중국 반도체업계의 매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중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작년 중국에 기반을 둔 칩 제조업체 등의 총 매출이 전년 대비 18% 증가한 1조 위안(약 192조980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국내 대표 파운드리 삼성전자는 전 분기(55억4400만 달러) 대비 2%p 줄어든 16.3% 점유율을 기록했다. 상위 10개 업체 중 나홀로 뒷걸음질쳤다. 이는 고속 성장중인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와도 비교되는 대목이다. TSMC는 지난해 4분기 52.1%였던 점유율을 올 1분기 53.6%까지 끌어올렸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 차세대 기술인 GAA 기반 '3나노미터 공정' 카드를 꺼내들었다. 중국업체들이 대면적을 바탕으로 미세 공정에 유리한 12인치 팹을 구현했으나 기술력 부족으로 미세 공정기술은 7나노에 머물러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1위인 TSMC도 올해 말 3나노에 돌입한다고 공언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양산에 착수한다면 '세계최초 3나노' 타이틀을 가져갈 수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으로 상반기 중 양산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목표 시점이 올 상반기인 만큼 다음주쯤 양산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이달 초 3nm GAA 공정에서 시범 양산을 위한 웨이퍼를 투입시켰다. 3nm 공정으로 제작된 반도체는 5nm 대비 칩 면적은 35% 줄이면서 성능과 배터리 효율은 각각 15%, 30% 개선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에는 삼성의 평택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삼성전자의 GAA 기반 3나노미터 공정이 적용된 웨이퍼에 서명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 18일 이재용 부회장이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해 나가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담아 '기술'을 세 차례나 언급한 부분도 3나노 양산 시점이 임박했다는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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