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삼성의 경영 시계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10박 12일 유럽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이틀 뒤인 20일 삼성그룹 전자 계열사 사장들의 긴급 회동에 이어 각 업체들이 '이재용식 초격차' 전략에 맞춰 새 판을 짜고 있다는 평가다.
먼저
삼성전자(005930)는 이번주부터 부문별 글로벌 경영전략회의에 돌입한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2년 만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삼성전자의 주요 경영진과 임원, 해외 법인장이 한데 모여 미래 먹거리와 기술력 고도화, 인재 확보, 유연한 조직문화 등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1일부터 한종희 부회장, 경계현 사장이 주관하는 상반기 글로벌 전략회의를 연다. 이달 21~23일 스마트폰, TV, 가전 등의 사업을 담당하는 DX부문 회의를 시작으로 27~29일에는 반도체 사업을 맡고 있는 DS부문이 차례로 회의를 진행한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8일 오전 귀국길에서 "유럽 출장을 통해 시장의 여러 가지 혼동과 변화와 불확실성이 많다고 느꼈다"고 출장 소감을 밝혔다. 또 세차례에 걸쳐 기술력의 중요성을 언급했으며 인재 영입과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 문화 등을 주문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
앞서 삼성전자는 이달 초 반도체 부문 조직에 변화를 준 바 있다. DS 부문 신임 반도체 연구소장에는 송재혁 부사장, 신임 파운드리 제조기술센터장에 남석우 부사장이 선임됐다. 통상 연말 인사를 진행해왔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와 조만간 반도체 사업 전략의 대대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의 유럽 출장은 삼성의 미래전략산업 450조원 규모 투자 발표 뒤 보름 만에 이뤄졌다. 따라서 대형 M&A를 비롯해 큼지막한 사업 재편 전략 등이 발표될 것이란 기대감도 한층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 부회장은 이번 유럽 출장에서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과 유럽 최대 규모의 종합반도체 연구소 imec, BMW 등을 찾았다. 따라서 ASML로부터의 EUV 노광장비 구매 확대, imec의 인재 영입 등도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이재용 부회장 귀국과 맞물려 경영전략회의까지 급박하게 이뤄진다는 것은 첨단 산업을 중점으로 인력 양성이나 사업 재편, 대규모 M&A 등이 모색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첨단 기술의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끔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서 DX부문은 원자재·물류비 상승 대응과 가전·모바일 간 시너지 향상, DS부문은 미국 텍사스주 파운드리 공장 건설 상황과 D램 가격 하락에 따른 수요 부진 대책 등이 각각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삼성전자의 경영전략회의가 열리기 하루 전인 이날 삼성그룹 전자 계열사 사장단은 경기 용인시에 있는 삼성인력개발원에서 회의를 열고 미래 전략사업 육성 및 상생 생태계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최윤호 삼성SDI 사장, 황성우 삼성SDS 사장,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등 전자 관계사 경영진 25명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는 오전 7시 반부터 8시간 넘게 진행됐으며 각 계열사들은 글로벌 시장 현황 및 전망, 사업 부문별 리스크 요인 점검, 전략사업 및 미래 먹거리 육성 계획 등을 교환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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