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홍영표 의원이 지난 24일 충남 예산군 덕산 리솜리조트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을 마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당 안팎의 전방위적 불출마 압박에도 이재명 의원이 정면돌파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친문재인)을 비롯해 원로들까지 이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 만류에 나섰음에도, 이 의원은 이르면 내주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독배임을 잘 알지만 책임 완수를 위해 마다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승부수를 던진다.
친문 진영 당권주자였던 홍영표 의원은 지난 28일 "참으로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특히 "무너져 내린 도덕성을 회복하고"라는 언급은 대장동을 비롯한 각종 의혹 끝에 검경 수사에 직면한 이재명 의원을 겨냥했다는 해석을 낳았다. 그러면서 "단결과 혁신을 통해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 낼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전해철 의원도 지난 22일 8월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로써 친문 대표주자 두 명 모두 전당대회 무대에서 퇴장하게 됐다.
두 사람의 불출마를 종용한 이들은 같은 친문 진영이었다. 의원들이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이재명 의원과의 승부가 뻔한 상황에서 계파싸움 빌미를 제공하지 않고 이 의원의 출마 명분을 퇴색시키겠다는 전략이었다. 홍 의원의 경우 이를 받아들여 지난 23일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이 의원을 앞에 놓고 계파갈등이 아닌 단결과 통합을 이유로 동반 불출마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낙연계인 설훈 의원도 이 의원에게 같은 주장을 하며 친문과 연합 전선을 펼쳤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당대표가 된다고 한들 개인적으로 훨씬 더 손해"라며 "고민해보겠다"고만 했다. 당시 참석자들이 전한 전언에 따르면 '사실상의 거절'로 받아들여졌고, "출마의지가 확고해 보인다"는 얘기도 전해졌다. 실제 29일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의원이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결심했을 당시부터 '원내 진입-당권 도전'은 정해진 수순이었다고 한다. 때문에 명분이 없다는 지적을 알면서도 당선 가능성을 최우선에 두고 분당갑이 아닌 계양을을 선택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친문이 불출마로 입장을 정리, 퇴장하면서 이 의원의 부담감도 커졌다. 특히 당의 원로들도 같은 우려를 표명했다. 설훈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 의원이 최근 당 원로그룹인 권노갑, 김원기, 임채정, 정대철, 문희상 상임고문과 만났는데 특징적인 것은 이 다섯 분 중 네 분이 출마하지 말라고 권유했고 한 명은 침묵을 지켰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당 상임고문단과 비공개 오찬을 가진 바 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4일 충남 예산군 덕산 리솜리조트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에 참석해 동료 의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친이낙연계인 설 의원은 워크숍 첫날인 어제 이재명 의원 면전에서 전당대회 불출마를 언급한 바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자 출마선언이 예상보다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출마선언이 다음 주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도 있을 것 같다”며 “당 내부의 의견을 들었고, 당원이나 지지층의 이야기도 들어야 해서 현재로서는 다음 주를 데드라인으로 정해놓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의원에게 ‘문재인의 길’을 가라고들 하는데, 이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라며 “문 전 대통령은 몇 년간 잊혀진다고 해도 정치권에 자신의 세력이 존재했는데, 이 의원은 여의도 세력이 존재하지 않아 몇 년간 잊혀지는 게 리스크일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이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1호 법안을 내며 의정활동 존재감 부각에도 나섰다. 지방선거 당시 전선 형성에 주력했던 ‘민영화 방지법’을 대표발의했다. 강선우·고용진·김두관·김병욱·노웅래·박찬대·윤후덕·이동주·이수진·장경태·전용기·정성호·조정식 등 13명의 의원이 공동발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해당 법안은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공기관의 기관 통폐합이나 기능 재조정, 민영화 등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는 경우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보고 및 동의 절차를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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