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데이타의 무증은 ‘호재’가 아니다…실질 수혜는 CB투자자
무증 공시로 이틀 연속 상한가 이후 '기습' CB 발행 공시
주가 급등 후 CB 발행으로 낮아진 전환가액…CB투자자에 유리
발행 목적도 불명확…"신사업 투자하지만, 규모나 일정은 미정"
2022-07-07 14:02:26 2022-07-07 14:02:26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최근 무상증자 이슈로 주가가 급등한 모아데이타(288980)의 무증이 실제론 ‘호재’보단 ‘악재’에 가깝다는 의견이 나온다. 무증 자체가 개인투자자들이 아닌 전환사채(CB) 투자자 등 기관투자자를 위해 설계됐다는 지적이다. 무증 시점이 상장 후 벤처캐피탈(VC) 등 기존주주들의 보호예수가 풀린 시기인데다, 무증 공시 직후 CB 발행을 공시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무증 이슈가 기업의 가치나 성장성과는 관계가 없는 데다, 향후 기존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올 수 있는 만큼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모아데이타는 전일 장 마감 이후 100억원 규모의 CB 발행을 공시했다. 6일 무상증자를 공시지 단 하루만이다. CB 전환가액은 이사회결의일(6일) 전 평균주가를 기준으로 하는 만큼, 현주가(6일 종가, 2만5500원)보다 34.56% 저렴한 1만8750원에 결정됐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앞서 지난 3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모아데이타는 무상증자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주가가 급등한바 있다. 지난달 23일 공모가(2만원)의 절반수준인 9000원대에 거래되던 모아데이타는 시장에서 무증이 언급되기 시작한 24일부터 9거래일 동안 3번의 상한가를 기록했고, 주가가 176.87% 급등했다.
 
무상증자는 회사의 잉여금을 활용해 주주에게 주식을 나눠주는 만큼 시장에선 통상 호재로 읽힌다. 그러나 모아데이타의 경우 무증 공시 직후 CB 발행을 공시하면서 무증의 긍정적 효과를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증은 회사가 가지고 있는 잉여금을 활용해서 자본을 늘리는 과정이다. 무증을 진행할 경우 자본(순자산)은 그대로이지만 자본금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는데, 이때 자본금이 늘어난 만큼 잉여금을 줄이게 된다. 회사가 잉여금이 있어야만 무증을 진행할 수 있는 이유다.
 
모아데이타는 이번 무증 재원으로 주식발행초과금 135억원을 사용할 계획이다. 무증과 동시에 진행되는 CB 발행 규모는 100억원이다. 즉, 잉여금 135억을 사용하면서 1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실제 사용금은 35억원에 불과한 셈이다.
 
CB 발행 목적 역시 뚜렷한 사용처가 없는 상황이라, 일각에선 무증 테마에 편승하려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모아데이타는 CB 발행 목적에 대해 “신사업 확장을 하고자 100억원을 조달한다”면서도 “투자 대상이나 금액 및 시기 등은 검토 중이며 현재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CB의 납입일이 오는 15일로 무상증자 신주배정기준일(20일) 이전으로 결정된 점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무상증자가 진행될 경우 CB의 전환가액도 ‘리픽싱’(전환가액조정)이 되는데, 리픽싱 가격은 발행가액의 6분의 1 수준인 3150원으로 결정된다. 반면 무상증자의 경우 권리락이 전일 종가로 결정되는 만큼, 주가 상승에 따른 이득은 온전히 CB 투자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권리락에 따른 모아데이타의 주가는 현 주가 기준으로 4250원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인 무증은 호재로 인식되지만, 무상증자와 CB 발행이 동시에 진행되는 것은 꼭 호재로만 볼 수는 없다”며 “CB발행 전 이미 CB 투자자와 무상증자에 관한 내용을 주고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모아데이타의 경우 최근 VC 등 기존투자자들의 보호예수가 해제된 만큼, 대규모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에 대한 우려도 높은 상황이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아주 좋은 성장지원 펀드’와 ‘케이디재산투자조합1호’가 각각 지분 9.77%, 5.22%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의 보호예수는 모두 해제된 상태다. 상장 당시 모아데이타의 벤처금융 및 전문투자자들의 지분은 34.59%에 달했다.
 
모아데이타 관계자는 “특정 기관이나 특정 CB 인수인에게 더 좋은 조건으로 무증 발표 후 CB 발행을 한 것은 아니다”라며 “특정인에게 인수조건을 좋게 하려면 CB 발행을 먼저해서 전환가를 더욱 낮췄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증테마가 아니더라도 주가가 연속으로 급등한 이후 주가 하락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고 있다”며 “CB 발행이 주가하락의 원인이 됐다곤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모아데이타는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던 모아데이터의 주가는 CB 발행 공시 이후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후 1시 37분 기준 모아데이터 주가는 14.71% 하락한 2만1750원에 거래되고 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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