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라이프사이언스 천안2공장 '뉴케어' 제품 생산 라인. (사진=대상라이프사이언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정부가 먹거리 안전 확보를 위해 기존 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이하 해썹)의 스마트화를 모색 중인 가운데 식품업계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6일 '해썹·소비기한 팸투어'를 열고 대상라이프사이언스 천안2공장,
CJ제일제당(097950) 진천 블로썸 캠퍼스에서 제품 생산 현장을 확인했다.
해썹은 식품·축산물의 원료 관리부터 판매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해요소를 확인·평가해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기준이다. 해썹은 7개의 원칙을 바탕으로 총 12개의 절차를 거친다.
먼저 준비단계에선 △해썹팀 구성 △제품설명서 작성 △용도확인 △공정흐름도 작성 △공정흐름도 현장 확인 등의 절차를 밟는다. 이 과정이 마무리되면 △위해요소 분석 △중요 관리점 결정 △한계기준 설정 △모니터링 체계 확립 △개선조치 방법 수립 △검증 절차 및 방법 수립 △문서화 및 기록 유지 등의 원칙을 제품 생산 전후 모든 과정에 적용한다.
소시지류 제품 생산을 예로 들면 원료가 입고된 뒤 계량과 배합·반죽을 거쳐 1차 건조·훈연·가열이 이뤄진다. 이후 제품을 냉각한 뒤 내포장해 쇠붙이 등 금속이물 혼입여부를 점검하고 살균·냉각 단계로 진입한다. 살균·냉각 단계는 안전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과정이다. 살균과 냉각을 거친 제품은 외포장된 뒤 보관 또는 출하된다.
우리나라에서 해썹을 적용한 업체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총 9251곳이다. 해썹 제품 생산 비율로 따지면 전체 먹거리 중 대부분인 89.6%를 차지한다.
해썹 적용은 업체 규모와 제품 유형 등 여러 조건에 따라 미세한 차이를 보인다. 이와 관련, 식약처 관계자는 "해썹은 어떤 업체가 어떤 제품을 생산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며 "전국으로 유통될 정도의 규모를 갖춘 곳은 보다 면밀하게 해썹을 적용한다"고 말했다.
스마트 해썹은 사람을 중심으로 했던 기존 해썹을 자동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식약처 설명을 보면 스마트 해썹은 식품 제조 공장에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기록일지와 데이터를 디지털화하고 중요 관리점과 주요 공정의 모니터링을 자동화하는 등 제이터 수집·관리·분석을 총망라한 종합 관리 시스템이다.
스마트 해썹이 도입되면 제품 생산 시 수기로 작성했던 온도 기록을 자동화하고 금속 검출, 검출 내역을 자동 프로그램으로 저장해 문제 발생 시 즉각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이날 식약처 방문한 대상라이프사이언스 천안2공장과 CJ제일제당 진천 블로썸 캠퍼스는 각각 환자용 식품 국내 판매 1위 브랜드 '뉴케어'와 즉석조리식품 '햇반'을 생산하는 곳으로 내년 스마트 해썹 도입을 계획 중이다.
두 곳은 스마트 해썹 도입 전이지만 대부분의 공정의 자동화를 완료했다. 뉴케어 제품을 생산하는 대상라이프사이언스 천안2공장은 내부 진입 전 두 차례 손 소독을 한 뒤 에어샤워를 거치는 등 무균 상태를 유지하면서 제품을 만든다. 완제품에는 바코드를 부여해 최종 도착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췄다.
대상라이프사이언스 관계자는 "천안2공장은 1세제곱피트에 0.5마이크로그램(㎍) 크기의 먼지가 5000개 이하 수준"이라며 "제품에는 바코드가 찍혀 있어 어느 병원으로 갔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 진천 블로썸 캠퍼스 내 '햇반' 제조 시설 견학로. (사진=CJ제일제당)
CJ제일제당 진천 블로썸 캠퍼스도 사람의 손이 거의 닿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면서 햇반을 제조한다. 햇반 제조 시설에는 대상라이프사이언스 천안2공장과 마찬가지로 천장에 헤파필터를 부착돼 먼지 유입이 최소화된다. 제조 공정을 마친 햇반 제품 중 포장 겉면에 유통기한 등 표기가 뚜렷하지 않은 물량은 자동으로 분류돼 폐기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자동화 장비를 통해 제품 겉면에 인쇄가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걸러낸다"면서 "(하루에 걸러지는) 양이 많지 않은데 전량 폐기한다"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스마트 해썹 적용으로 소비자 안전을 담보할 수 있으며 제조 과정에서의 효율화도 추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스마트 해썹이 적용되면 소비자는 안전관리가 촘촘히 된 제품을 먹을 수 있고 업체는 실패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스마트화가 완벽히 이뤄지기 전에는 투입 인원이 늘어날 수 있지만 1~2년 후 모니터링했던 요원을 다른 생산에 투입할 수도 있다는 업체 의견을 받았다"고 전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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