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연세대, 학생·청소노동자 갈등 '수수방관'
"학생·노동자 갈등 수수방관…처우 개선 요구는 묵살"
청소노동자들 "도와주는 학생도 많아 고마울 따름"
2022-07-07 14:57:19 2022-07-08 10:15:18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고소한 학생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어요. 4개월 넘게 집회해도 답이 없는 학교가 문제죠."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집회에 나선 연세대 청소노동자들과 일부 재학생들이 소송전에 휩싸였음에도 정작 교섭의 책임자인 학교는 뒷짐만 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현옥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분회장은 7일 "지난 3월부터 집회를 했지만 학교는 교섭에 전혀 나서질 않고 있다"며 "올해 시급 440원을 인상해달라는 요구는 듣지 않고 200원만 올려주겠다면서 2년간 임금을 동결하자는 식"이라고 토로했다. 연세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의 올해 시급은 9390원이다. 최저임금인 9160원보다는 높지만 서울시 생활임금 1만766원에는 미치지 못한다.
 
김 분회장은 이어 "(소송을 한) 학생들은 밉지 않다"며 "우리를 도와주는 학생도 많아 고마울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연세대 신촌캠퍼스 청소·경비노동자들은 △440원 임금 인상 △정년퇴직자 인원 충원 △샤워실 설치를 요구하며 지난 3월부터 학교 내에서 집회를 이어오고 있다. 이 가운데 재학생 3명이 집회 소음으로 학습권을 침해당했다며 노동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논란이 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이번 교섭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진전은 없다. 열악한 휴게실 상태가 언론을 통해 드러나자 이날 대화를 위해 청소노동자들을 부랴부랴 찾아온 것도 학교 관계자가 아닌 용역업체 대표였다.
 
연세대 공학관 지하주차장에 있는 청소노동자 휴게실 출입문. (사진=김지영 기자)
 
이날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만난 재학생 김모씨(20)씨는 "대다수 학생들이 청소노동자들의 집회가 시끄럽긴 하지만 소송까지는 도를 넘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학생과 청소노동자가 싸울 문제가 아닌데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와 인근 지역 대학의 학생들도 교섭의 책임자인 연세대가 이번 사태에 대해 관망만 하면서 학생과 청소노동자의 갈등을 키웠다고 비판하고 있다.
 
서울지역 39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너머서울과 청소노동자 투쟁을 지지하는 청년학생단체는 이날 오전 연세대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측은 청소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의 책임도,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해야 할 책임도 회피한 채 노동자와 학생 간의 갈라치기를 구경만 하고 있다"며 "진짜 책임자인 학교 측이 하루속히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장찬 연세대 경제학과 재학생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사태의 총책임자인 학교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을 것"이라며 "하청업체를 써서 노동자들을 간접고용하고, 노동권 문제가 터질 때마다 하청업체 탓만 하며 뒷짐 지던 학교"라고 규탄했다. 또 "재계약 때마다 계속해서 문제가 제기되던 업체들을 아무런 문제 없이 입찰시켜주던 학교"라고 비판했다.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장은 "(청소노동자들의 집회가) 학습권 침해가 맞는다면 그 분노는 학교를 향해야 하고 책임 또한 학교에 물어야 한다"며 "그런데 고소 학생은 약자인 노동자에게 책임을 묻고 학교에는 면죄부를 주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서울지역 39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너머서울과 청소노동자 투쟁을 지지하는 청년학생단체가 이날 오전 연세대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김지영 기자)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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