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하루 앞으로 다가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두고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업계는 국내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이 심상치 않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강화 움직임에 한층 빨라짐에 따라, 한은이 역사상 최초로 기준금리를 단번에 0.5%포인트 높이는 '빅 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다만 빠른 속도로 금리가 인상될 경우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도 가속화할 수 있는 점은 한은의 또 다른 고민거리가 될 전망이다.
12일 한은에 따르면 오는 13일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통해 현재 연 1.75%인 기준금리를 유지할지, 높일지에 대한 논의에 착수한다. 금통위는 올해 1월 금리를 0.25%포인트 상향했다가 2월 숨고르기에 들어간 바 있다. 이후 4월 금리를 다시 0.25%포인트 올린 다음 5월까지 2개월 연속 상향 조정했다.
만약 예상대로 오는 13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오른다면 사상 처음 3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 기록도 수립된다.
이처럼 사상 최초임에도 빅 스텝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것은 최근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로 외환위기였던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국제 원자잿값, 곡물 가격 상승이 국내 재료비, 연료비는 물론 개인 서비스 물가를 전반적으로 끌어올렸다.
향후 1년간 물가 전망을 가늠하는 기대인플레이션 지수도 좋지 않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 3.3%에서 3.9%로 상승하며, 2012년 4월(3.9%) 이후 10년 2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0.6%포인트 상승 폭은 2008년 통계 시작 이래 최대 수준이다. 경제주체들이 앞으로도 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연준이 정책금리를 단번에 0.75%까지 높이는 '자이언트 스텝'에 버금가는 인상에 나서겠다고 예고한 점도 국내 금리 인상의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준금리의 경우 우리나라는 1.75%, 미국은 1.5~1.75%로 상단이 동일한 상황이다. 한은이 금통위에서 빅 스텝을 밟는다 해도,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이나 그 이상의 인상을 단행할 경우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은 불가피하다. 금리가 역전되면 외국인 자본 유출과 물가 상승 압력은 더욱 거세져 한은 입장에서는 기준금리를 대폭 높일 수밖에 없다.
금통위원들 역시 추가 인상하는 입장을 강력하게 피력하고 있다. 지난 5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 전원은 모두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화 당국이 물가를 잡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카드는 기준금리 인상"이라며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매우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만큼, 한은이 이번 금통위에서 빅 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말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으로서는 0.25%포인트만 올렸을 경우 한·미 정책금리 역전 시점이 앞당겨지고, 역전 폭도 커지는 것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빠른 속도의 추가 금리 인상이 효과를 거둘지는 여전히 의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자 부담이 커지고 체감 경기가 악화해 실물 경기가 더욱 침체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가계 이자 비용은 급증하는 데 이를 메워줄 소득 증가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소비 위축, 경기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오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통해 현재 연 1.75%인 기준금리를 유지할지, 높일지에 대한 논의에 착수한다. 사진은 한 은행 관계자가 원화를 들어 보이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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