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최근 무상증자가 언급되는 종목마다 급등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일부 기업들이 무증 공시 이후 오히려 급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무상증자에도 컨센서스가 있다는 조롱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컨센서스는 통상 시장 예상치로 표현된다. 무상증자가 기업가치에 영향을 주지 않는 만큼 컨센서스가 존재할리 없지만, 무증 규모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을 보이자 이를 비판한 것이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진에스엠(138070)은 지난 14일 100% 무상증자를 공시했으나, 주가가 11.75% 급락했다. 앞서 지난달 23일 200% 무상증자를 결정한
원준(382840) 역시 무증 공시일 주가가 12.34% 급락했다.
이에 SNS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100% 무증은 어닝쇼크, △200% 무증은 컨센서스 하회, △300% 무증은 컨센서스 충족, △400%무증은 컨센서스 상회 △500% 무증은 어닝서프라이즈라는 게시글이 올라오는 등 무상증자도 컨센서스가 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300% 이하의 무증은 컨센서스를 하회한 것이란 설명이다.
(사진=텔레그램 채널 호람상조 화면 갈무리)
주식시장에서 컨센서스는 ‘시장 예상치’ 또는 ‘시장 전망치’로 통한다. 즉, 시장 참가자들이 생각하고 있는 예상수준으로 실적 전망치에 주로 붙는 말이다. 통상 증권사 에널리스트들의 실적 전망치 평균을 컨센서스로 제시한다. 예로
삼성전자(005930)의 올해 실적 컨센서스가 영업이익 57조원라면 실제 영업이익이 이를 웃돌면 컨센 상회, 어닝서프라이즈로 표현되며, 영업이익이 이를 밑돌 경우 컨센 하회, 어닝쇼크로 받아들인다.
결국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무상증자 기대치가 300% 이상으로 형성됐다는 의미로, 100~200% 무증은 시장 기대치를 하회한 셈이다. 실제 신진에스엠이 무증을 공시한 지난 14일 신신에스엠 종목토론방에는 “500% 무증이 요즘 대세인데 100% 무증이라니”, “100% 무상증자 기대치 하회” 등의 글이 올라왔다.
무상증자는 기업 이익잉여금 등을 자본으로 옮겨 신주를 발행해 주주들에게 나눠 주는 것을 말한다. 무상증자가 진행될 경우 늘어난 주식 수만큼, 주가조정(권리락)이 이뤄지기 때문에 시가총액이나 기업가치 자체는 변함이 없다. 그럼에도 주가가 하락 조정된 만큼 가격이 싸게 보이는 ‘착시효과’로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리기도 한다. 더불어 재무구조가 탄탄한 기업들의 경우 주주들에게 이익을 환원한다는 의미로 해석돼 통상 호재로 받아들여진다.
최근 한 달간 주가 상승률 상위 5개 종목 중 1~3위 종목은 최근 무상증자를 진행한 기업으로 확인됐다. 500% 무상증자를 진행한
실리콘투(257720)의 주가가 204.25% 상승하며, 상승률 1위를 기록했고,
조광ILI(044060)(500% 무증, 146.41% 상승),
모아데이타(288980)(500% 무증, 106.55% 상승)가 각각 2위, 3위를 기록했다. 이밖에 신약 면역항암제 ‘hSTC810’ 기대감에 급등한
에스티큐브(052020)(74.48%)와 코로나19 진단키트 관련주인
수젠텍(253840)(72.82%)이 각각 4위, 5위를 기록했다.
무증 관련주들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무증은 주가 부양의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며,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주가는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고 강조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무상증자 이후 주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실적과 성장성”이라며 “무증 자체가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상증자가 기관투자자나 대주주의 탈출용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있어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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