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통일부가 탈북 어민 북송 관련 판문점 송환 사진 공개했다. (통일부 제공, 뉴시스 사진)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지난 2019년 11월 발생한 탈북어민 북송 사건에 대해 신구 권력이 반박에 재반박을 이어가며 정면충돌했다. 같은 사안을 두고 뚜렷한 해답 없이 진실공방 양상으로 지속되는 분위기다. 여기에 정부가 탈북 어민이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송환될 당시 촬영된 영상을 공개하며 신구 권력 갈등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 시절 대북 관련 사안 전반으로 전선이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탈북어민 북송 논란을 둘러싼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최영범 대통령 홍보수석의 공방은 18일 여야 정치권으로도 번졌다. 국민의힘은 전날 정 실장이 북송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 것을 "거짓말"이라고 비판하며 진상조사를 외쳤고, 민주당은 "국정조사"로 맞불을 놨다.
국민의힘은 탈북어민 북송에 문제가 없다는 정 실장의 지적에 "거짓말을 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한민국에서는 외국인을 강제 추방할 때 그 외국인에게 충분히 말해주고 이의신청 절차도 이야기해준다"며 "또 최종적으로 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게 해주는데 이런 절차를 왜 안 밟으셨나"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흉악범으로 판단한 증거를 정의용 전 실장은 이야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에서는 탈북어민 북송 논란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까지 흘러나왔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원회의에서 "대한민국을 북한의 흉악범들 도피처로 만들자는 것인가"라며 "여론몰이를 중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로 전 정권을 공격하는 일이 국민의 동의를 받을 수 없다. 다시 한번 경고한다"며 "필요하면 이 문제로 인사 참사 문제와 더불어 2개의 국정조사를 동시에 진행해도 좋다"고 했다.
앞서 정의용 실장이 처음으로 입장문을 내고 북송의 정당성을 주장하자, 5시간 후 대통령실에서도 최영범 수석이 직접 브리핑을 통해 반박에 나선 바 있다. 이들은 국회에서 오가는 특검·국정조사 주장에 대해서는 양쪽 모두 거리낄 것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중훈 통일부 대변인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현안 관련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탈북어민 북송 논란에 대한 국정조사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통일부가 탈북어민 북송 당시 사진에 더해 영상도 공개해 사진 공개를 뛰어넘는 논란으로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 12일 탈북어민 강제북송 당시 모습이 담긴 사진 10장을 국회에 제출하고 언론에 공개한 바 있다.
이날 공개된 영상에는 탈북 어민들이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넘어갈 당시 저항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통일부는 판문점 북송 당시 현장에 있던 직원이 개인적으로 촬영한 영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해당 영상을 국회 등에 제출할 수 있는 지를 법률적으로 검토했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통일부의 영상 공개에 대해 "자극적인 장면을 연출해서 문재인정부가 얼마나 반인륜적이었는지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하려는 것"이라며 "통일부라는 부처가 과연 그런 일을 해야 하는 부처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것을 정쟁화하는 방식으로 가는 건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이 탈북어민 북송 논란에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탈북어민 북송에 이어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저장 장치(USB) 안에 담긴 내용과 같은 해 2월 평창올림픽 당시 서훈 전 국정원장과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 핫라인 메시지 내용 등의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탈북어민 북송 논란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모두 쟁점이 많은데다 명쾌하게 해소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신구 권력 간의 공방은 한동안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탈북어민 북송 논란의 경우, 귀순의 진정성과 북송의 법적 근거 등에서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번 문제에 대해 법적으로 명확하게 결론이 나지 않은 이상 공방만으로 그칠 가능성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사실상 검찰에 수사를 지시하면서, 대북 사건을 소재로 문재인정부를 대상으로 한 사정 정국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탈북어민 북송 사건'에 대해 "대통령은 모든 국가의 사무와 헌법과 법률에 따라서 진행이 되어야 한다는 원칙론 외에는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며 원칙론을 앞세우면서도 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탈북어민 북송 사건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정쟁화 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은)통치 행위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100% 법리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렵고, 국민 정서 문제가 복합적으로 있기 때문에 어느 일방의 주장이 그대로 관철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률적으로 정리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정치적으로 정리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정쟁화 될 수밖에 없는 이슈"라고 설명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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