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대우조선해양(042660)이 올 여름 조선업계 최대 화약고로 떠올랐다. 하청 노동자의 1도크 점거와 금속노조 총파업 예고,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이 맞물려 일촉즉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주는 20일 금속노조 총파업에 23일 여름휴가를 앞두고 있어 사태 해결과 장기화의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하청지회(거통고지회) 파업이 48일째를 맞았다. 유최안 부지회장이 옥포조선소 선박에서 가로·세로·높이 1m(0.3평) 철제 감옥을 만들어 스스로 갇힌 지 28일, 조합원 3명이 산업은행 앞에서 단식 농성을 시작한 지 6일째다. 거통고지회는 임금 30%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23일에는 67개 단체가 참여하는 희망버스 행사도 예정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12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을 찾아 파업 중인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농성장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측은 1도크 선박 진수가 막혀 지금까지 약 6000억원 손해를 입었다고 추산한다. 진수는 지난달 22일로 예정됐는데, 진수 후 한달 내 선주에게 배를 보내지 못하면 지체보상금 약 160억원을 내야 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원청 1만명에 사내협력사 1만1000명, 사외 협력사 8만명 등 약 10만명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정부는 파업에 강경 기조를 세워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18일 기획재정부와 법무부, 행정안전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국무조정실이 공동 담화문을 내고 파업 중단을 촉구했다. 정부는 "노사간 대화를 통해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지금과 같은 불법적인 점거 농성을 지속한다면 정부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음날인 19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용인 불가' 발언으로 파업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국민이나 정부나 다 많이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며 "산업현장에 있어서 또 노사관계에 있어서 노든 사든 불법은 방치되거나 용인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도 이날 호소문을 내고 "향후 중소조선업과 기자재업계로 피해가 확산돼 국내 조선산업이 존립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위기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법원의 퇴거 명령 불응 시 정부의 공권력 투입을 요청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 15일 사측의 집회금지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고 유 부지회장 퇴거 불응시 사측에 1일당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금속노조는 논평으로 즉각 반발했다. 금속노조는 "정부는 기다린 것이 아니라 파업 시작 후 40일간 손 놓고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았고 지난 14일에야 부랴부랴 대화로 해결하라는 입장을 내놨다"고 받아쳤다.
이어 "노동조합은 대화의 끈을 유지하기 위해 안을 조정하는 성의를 보이고 있다"며 "이런 상황을 대통령이 전혀 모르고 더는 못 기다린다는 말을 하면 정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증거고, 알면서도 저런 발언을 했다면 정부가 노사 사이에서 사측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음을 인정하는 격"이라고 말했다.
전날에는 정부 담화문에 대해 "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을 불법으로 매도하는 윤석열 정권의 행위는 노동자 보고 '죽으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반박했다.
거통고지회와 하청업체 간 협상은 지난 15일부터 열리고 있지만 의견차는 여전하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전향적인 안을 내놓고 있지만 사측이 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권수오 사내협력사 협의회장은 지난 11일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5%부터 7.5%까지 임금 인상을 4월에 했고 일부 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만 서명을 안 했다"며 "거통고지회에 생산성을 30% 올릴 수 있으면 30% 올려줄 수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금속노조는 20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집회는 서울 산업은행 앞과 거제도 대우조선 조선소에서 열릴 예정이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응원하기 위한 파업 대오가 양쪽으로 가는데 실제 인원은 내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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