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운임 정점 끝났다...병목현상은 계속
SCFI 5주째 감소…전세계 항로에서 운임 하락
컨테이너 수급 상황 완화로 완만한 우하향 전망
2022-07-18 16:50:32 2022-07-18 16:50:32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세계 컨테이너 운임이 정점을 지났지만 미국 내 파업 등 물류 혼잡 요인으로 하락폭은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사들이 올해 상반기 높아진 단기운임을 근거로 장기운임 계약을 맺어 하반기 실적도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8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세계 컨테이너선 단기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한 달 넘게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달 10일 4233.31에서 5주 연속 하락해 이달 15일 4074.7을 기록했다. 컨테이너 수급이 완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대로 계속 떨어지면 3분기 안에 4000선이 깨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 컨테이너 운임이 5주째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HMM 컨테이너선. (사진= HMM)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서안과 동안, 유럽과 지중해 등 대부분 항로의 운임지수가 하락했다. 서안과 동안 운임은 40피트 컨테이너(FEU)당 각각 6883 달러와 9534 달러였다.
 
전주보다 각각 233 달러와 68 달러 줄었다. 특히 서안은 지난해 11월 이후 약 8개월 만에 70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한국은 20피트 컨테이너(TEU) 당 362 달러에서 358 달러로 하락했다.
 
유럽도 인플레이션에 따른 구매력 감소와 재고 증가 등으로 운임이 떨어지고 있다. 벨기에 안트워프항의 상반기 컨테이너 처리량은 전년 동기보다 6.2% 줄어든 약 670만 TEU를 기록했다.
 
컨테이너 물동량도 감소세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최근 보고서에서 4월 누적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이 전년 대비 5.6% 감소했고 인플레이션 등 영향으로 하반기 수요 급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선대 효율성은 항만 정체 완화로 1월 대비 4% 이상 향상됐다.
 
파업에 따른 병목현상 심화 가능성도 줄었다. 서부해안항만노조(ILWU)와 태평양해사협회(PMA) 간 재계약 협상 기한이 지난 1일 만료됐지만 항만이 정상 운영중이다. 일각에선 8~9월 협상이 끝날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에선 컨테이너 수급 상황이 올해 초보다 완화돼 계절적 성수기에도 운임 정점은 지났다고 본다. KMI는 "일부 구간에서 반등이 있을 수 있으나 과거와 같은 운임 급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관측했다.
 
물류업계에서는 화주들이 팬데믹 장기화에 따른 하반기 물류 혼잡을 예상하고 상반기 물량을 미리 소화하려 한 점이 하반기 물동량 감소에 영향을 줬다고 관측한다. 여기에 인플레이션에 따른 구매력 감소 등이 컨테이너 수요 감소로 이어졌지만 기존 병목 현상 때문에 수요가 공급을 크게 밑돌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수요 자체가 폭증해 미국과 중국으로 나가는 물량이 많아지면서 운임이 올랐다”며 “지금은 수요 자체가 조금씩 줄면서 혼잡 현상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기존 수급불균형이 여전히 해운에 영향을 주고 있어 운임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14일 보고서에서 “장기간의 발주 공백과 항만 적체 수준 등을 감안할 때 수요가 공급을 크게 하회하는 수준으로 감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현재의 수급불균형이 해운 시황의 하방경직성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당분간 경기침체 압력으로부터 해운사의 실적을 뒷받침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부터 인도 예정인 신조선이 많아 수급 불균형 가능성이 있지만 노후 선박 해제로 공급과잉이 완화될 수 있다.
 
감소세였던 미국 장기보관 컨테이너 수도 늘었다. 물류플랫폼 트레드링스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롱비치 항구에 9일 이상 대기하는 컨테이너는 9928개였다. 이달 초에는 그 수가 2만8723개로 약 189% 뛰었다.
 
철도 노조 파업에 따른 물류대란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철도 노조는 지난 2020년 1월부터 임금과 복리후생 등에 대해 단체교섭을 이어왔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해 최근 태업을 시작했다. 이에 진 세로카(Gene Seroka) LA 항만국장은 “현재 수입 화물을 처리하기 위한 철도 서비스가 부족하다”고 우려했다. LA항의 지난달 수입량은 전달보다 5만5280TEU 감소했지만 6월 말 9만1664TEU에 달하는 선박이 근해에 대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에선 지난달 독일 항만 노조 베르디가 두 차례 파업했다. 지난주에는 6개 항구 터미널 노동자 약 1만2000명이 파업했다.
 
이처럼 운임 감소와 병목 가중 원인이 혼재하지만 선사들이 상반기에 맺은 장기계약금 수준이 높아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만일 미국과 유럽 항만 문제로 공급이 원할하지 못할 경우 수요가 그보다 더 줄게 되면 운임이 안 오를 수 있다”며 “운임이 우하향 하더라도 현재 운임이 워낙 높은 수준인데다 장기 계약 운임이 예년보다 오른 점 등을 볼 때 올해 선사들의 실적은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특히 국내 최대 원양선사 HMM(011200)은 당분간 높은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는 HMM이 2분기 정점으로 피크아웃(정점 뒤 하락)하더라도 연간 실적은 껑충 뛸 것으로 내다본다. 에프앤가이드의 2분기 HMM 컨센서스는 매출 4조5784억원에 영업이익 2조7158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7.51%, 95.53% 증가한 수치다. 연간 실적은 10조5969억원으로 전년도 7조3775억원보다 29.59% 상승할 것으로 내다본다.
 
단기운임 하락에도 HMM의 컨테이너당 수익(ARPT)은 장기고정계약(SC) 운임 상승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3% 오른 TEU 당 4336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해운사들은 보통 3월~6월 1년 이상 장기 운임료를 정한다. 올해 SCFI는 3월 4500대를 기록하다 지난달 4200대로 떨어져 해운사들이 이미 높은 운임으로 계약했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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