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국민의힘은 1일 오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현 사태를 비상상황으로 규정,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에 의견을 모았다. 의원들은 주말 사이 최고위원들이 연이어 사퇴하고,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직무대행직을 내려놓으며 '비대위'로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후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양금희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오늘 의총에 참여하신 의원들은 89명"이라며 "당헌·당규 96조의 최고위원회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의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 안정적인 당 운영과 비상상황 해소를 위한 비대위를 둔다는 부분에 대한 논의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가 비상상황이라는 해석에 반대 의견을 제시한 의원은 1명"이라며 "극소수 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반대한 1명은 김웅 의원으로 알려졌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오늘 의총에서는 '비대위 체제 전환이 가능하냐'에 대해 논의했고 의총은 결정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에 대한 결정은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에 있다. 상임전국위와 전국위에서 당헌·당규를 해석하고 비대위원장을 선출하고 심의하는 절차를 거치겠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비대위 구성 사유와 관련해 '비상상황'임을 강조, "당헌·당규에 의하면 비대위를 구성할 수 있는 사유를 당대표의 궐위 또는 최고위 기능 상실 등 당의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로 되어 있다"며 "현재 당대표는 궐위된 상태가 아니라 사고인 상태이고, 최고위원들이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사실상 (최고위원이)몇 분 남지 않아서 기능을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의원총회를 통해 비상상황임을 강조하며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에 뜻을 모았지만, 현실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먼저 '절차적 정당성' 여부다. 권 원내대표 등은 최고위는 당 최고의사 결정기구로, 현재 의결권이 없는 최고위는 기능이 상실됐다고 판단한다. 이날 권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의결권을 갖고 있는 최고위 구성원 9명 중 5명이 사의 표명을 했다. 게다가 당대표는 사고 상태"라며 "위기 극복을 위한 정상적인 당무 심의 의결이 불과한 상황이라는 평가가 다수"라고 진단했다. 그간 '최고위 기능 상실'을 두고 지도부 총사퇴냐, 과반이냐를 놓고 해석이 엇갈린 데에 대한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다만 이 대표의 징계를 '궐위'가 아닌 '사고'로 규정하면서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한 바, 당헌 96조 3항에 따르면 비대위원장은 전국위 의결을 거쳐 당대표 또는 당대표 권한대행만 임명할 수 있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당 대표 직무대행인 권성동 원내대표에게는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이)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준석 대표가 사퇴하지 않는 한 비대위로 가기는 어렵다"고 말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에 비대위 추진 시, 내년 6월까지 임기가 남은 이 대표가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할 경우 법원에서는 인용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하태경 의원은 같은 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김용태·정미경 최고위원이 '이준석 대표의 복귀가 어렵다'는 이유로 비대위 전환에 반대하는 것에 관해 "당헌·당규에 비대위는 60일로 규정이 됐다"며 "비대위를 출범시키되 (이준석 대표의)당원권 정지 6개월이 끝나는 시점에 비대위를 종료하는 것으로 선언하면 해법이 되고 그 정도는 정치적 합의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중재안을 제시했다.
비대위원장으로 '누구'를 '어떻게' 임명할 지도 변수다. 이에 양 원내대변인은 "위원장은 당내에서 하는지 당외에서 하는지도 결정이 안 됐고 추천을 자천타천하지 않겠냐. 아직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면서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권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이라 임명에 어렵지 않겠냐'는 질문에 "그것 때문에 당헌·당규를 유권해석도 받아보고, 유권해석도 안 된다고 하면 당헌·당규를 고쳐야 한다"며 "전국위원회에서 비대위로 의결을 받으면 직무대행도 임명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방안을 제시했다.
비대위 성격을 '조기 전당대회'로 가는 징검다리로 볼 지, 이 대표의 복귀까지 한시성이 있는 비대위로 운영할지에 따라 이견이 따르는 것도 쟁점이다. 당내 중론은 이번 비대위를 '조기 전당대회를 위한 징검다리'로 보면서 내홍의 근원이었던 이 대표를 이번 기회에 하차시키자는 것에 무게가 쏠린다. 하지만 조해진, 하태경, 김용태 등은 이 대표의 복귀까지 당권을 한시적으로 위임하는 비대위를 주문하며 이견을 보였다. 이중 김용태, 정미경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복귀가 예정된 상황에서 조기 전대를 위한 비대위와 그 절차는 '당권 쿠데타'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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