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수습을 이끌 '비대위원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오는 5일 상임전국위원회를 통해 현재 당의 상황이 '비상상황'인지에 대해 유권해석을 하고, 비상상황이 맞다고 결론이 나면 9일 전국위원회에서 비대위원장까지 같이 의결할 예정이다. 이에 당내에서는 차기 비대위원장을 두고 "계파색이 옅으면서도 책임지고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인물을 뽑아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후보군은 당내 인사로 좁혀진 분위기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시립 영등포 쪽방 상담소를 방문하고 있다.(사진=국회사진기자단)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4일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을 방문한 후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장 선임에 관해 "아직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어서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권 원내대표는 2일에도 "여러 사람의 의견을 잘 듣고 수렴해서 (비대위원장을 선임)하겠다"며 "의원들에게 그룹별로 의견을 듣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내주 전국위까지 닷새만 남은 상황인 탓에 당내 의견 충분히 수렴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비대위원장은 책임지고 사태를 수습할 중량감 있는 인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단 이번 사태를 촉발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관계자)은 배제하는 게 당내 중론이다. 한 당 관계자는 "솔직히 계파색이 없는 사람이 어딨겠느냐"며 "그중에서도 그나마 옅은 사람 그리고 당내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우선순위가 될 것 같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의 안정화를 시키기 위함에 최우선순위를 두고 진행하지 않겠냐"며 "다선과 중진쪽에서 후보군을 두고 경륜을 중요시하되 갈라치기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친윤계는 배제하되, 그러면서도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 파악은 잘 되는 인사여야 하며, 당내 사태를 수습할 리더십을 고려한다는 뜻이다.
3일 전국위원회 의장인 서병수 의원은 비대위 성격을 "가급적 짧은 시간 안에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임시적 기구"라 규정했다. 이에 비대위 기한이 '한시성'을 가진 만큼 빠르게 당내 수습 및 파악에 능해야 한다고 판단, 비대위원장 후보군은 원내 인사로 좁혀진 모양새다. 김기현 의원 역시 전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당내 의원들하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눌 기회가 생겨서 말씀을 들어보면 지금으로서는 당내 인사를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임기 관리 비대위가 된다면 당내 인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하는 것도 절차의 신속한 진행을 위해 바람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비대위원장 경험 등으로 원외인사로서 이름을 올린 김병준 전 부총리는 친윤계로 분류되며, 원외라는 조건 탓에 비대위원장직을 당장 맡는 건 다소 힘들다는 이야기가 우세하다. 나경원 전 의원 역시 원외 인사로서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지만, 본인은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노린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차기 비대위원장 후보군으로 꼽히는 인사들은 5선의 정진석·정우택·조경태·주호영 등 중진 의원들이다.
먼저 친윤계 좌장인 정진석 국회부의장은 당·정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당을 이끌 적임자로 물망에 올랐다. 하지만 정 부의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한 지지자가 '우상호 민주당 비대위원장의 카운터파트너로 나서달라'고 요청하자 "부의장으로 다시 선출된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그건 국회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본인이 고사했다. 한 여당 관계자 역시 "이준석 대표와 각을 드러내고 싸운지 얼마 안 돼 비대위를 맡기엔 입장이 애매하다"며 "비대위원장을 맡으면 어린 이준석을 밀고 자리 맡은 '수양대군' 꼴"이라고 평했다.
주호영 의원은 당대표 권한대행과 원내대표를 역임한 이력이 강점이다. 한 여권 관계자도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분 아니냐"면서도 "근데 주 의원은 비대위원장보다 당권에 더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다만 주 의원은 비대위원장을 발판으로 삼아 내후년 총선을 준비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오히려 정우택·조경태 의원 등 계파색이 다소 옅은 인사들이 더 유력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출신의 조 의원은 계파적으로는 중립에 가깝고, 본인 스스로도 비대위원장에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단 민주당에서 넘어온 분이라서 당내에 기반이 많이 없고, 그런 게 강점으로 꼽혀서 처음에는 비대위원장으로 많이 거론됐다"면서도 "지금은 이름이 잘 안 들리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정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는 당대표 권한대행으로서 당을 수습한 이력이 있다. 한 관계자는 "정 의원이 비윤계로 꼽히지만 그러면서도 친윤계와 가깝지 않느냐"며 "물망에 많이 오르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어차피 비대위는 한시적인 기구라서 비대위원장이 누가 되느냐에 너무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면서 "당권경쟁 과정에서 계파색이 옅고, 내홍을 빨리 수습할 수 있는 사람이면 되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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