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국민의힘은 3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에 속도를 냈다. 비대위 성격 역시 조기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한시적 비대위로 규정하며 '새 지도부' 선출에 힘을 실었다. 이에 차기 당권을 노리는 주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안철수·김기현 의원은 연일 메시지를 내며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다.
안철수(왼쪽),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 24 새로운 미래 두번째 모임인 ‘경제위기 인본 혁신생태계로 극복하자!’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전국위원회 의장인 서병수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5일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어 현재 당의 상황이 '비상상황'인지에 대해 유권해석을 하고, 비상상황이 맞다는 결론이 나오면 9일 전국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를 개정한 뒤 비상대책위원장을 임명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비대위 성격을 "가급적 짧은 시간 안에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임시적 기구"라 규정하며 "비대위 이후에 들어설 새 지도부는 임기 2년을 가진 온전한 지도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되면 이준석 대표의 당대표 복귀는 불가능해진다. 서 의원 역시 "당헌·당규에 따르면 비대위 출범과 동시에 기존 지도부는 해산하기 때문에 이준석 대표의 (당대표)복귀는 불가능하다"며 명예로운 퇴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가 설명한 지도체제 전환 로드맵에 따르면, 앞서 이준석 대표에 대한 윤리위의 당원권 정지 처분을 '궐위'가 아닌 '사고' 상태로 규정한 터라 비대위 출범 요건을 갖추기 위해 상임전국위에서 현 상황을 '비상상황'으로 규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어 당헌·당규를 개정해 당대표 또는 당대표 권한대행에 국한한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을 직무대행으로까지 넓힌다. 마지막으로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이 새로운 비대위원장을 임명하고 전국위원회가 이를 의결, 인준하는 것으로 비대위 전환은 마무리 짓게 된다.
상임전국위와 전국위라는 절차가 남았지만, 의원총회를 통한 총의와 최고위 의결, 전국위 의장까지 나서게 됨에 따라 비대위 전환에 이어 조기 전당대회를 통한 새 지도부 선출은 사실상 확정됐다.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둔 주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전부터 공부모임 등을 통해 '세력 확장'을 꾀했던 안철수·김기현 의원 등도 이를 감안하고 사전 몸풀기에 돌입했다. 지지율 급락에 위태로움이 커졌지만 집권 초반 대통령의 힘이 강하다는 점을 의식해 윤석열정부 뒷받침에도 집중했다. 윤심(윤 대통령 의중)과 윤핵관의 도움 없이는 당권 장악이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에 기인했다는 평가다.
휴가차 미국에 머물고 있는 안 의원은 지난 2일 이재명 민주당 의원이 언급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두고 "'전작권 주권회복론' 포퓰리즘에서 깨어나기 바란다"고 정면 비판했다. 그는 "안보 문제로 도박을 할 수는 없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보여주듯, 안보에서는 이상적인 당위보다 객관적인 현실이 우선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일에는 정부의 학제 개편안 추진에 대해 "논의가 단지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1년 낮추느니 마느니 하는 지엽적인 문제에 머무르는 것이 안타깝다"면서도 "교육부가 국가교육위원회와 함께 사회적 논의를 거친다고 했으니 지금부터라도 방향설정을 제대로 하면 된다"고 자기 목소리를 냈다. 다만, 윤심과는 벗어나지 않으려는 태도가 역력했다. 안 의원이 꾸린 민·당·정 토론회는 오는 9일 4차 모임을 연다. 이번 주제는 '청년세대를 위한 연금개혁방향'으로 이 역시 윤석열 대통령의 연금개혁을 뒷받침하기 위함이다.
일찍이 차기 당권에 뜻을 보였던 김 의원은 '여당 1호 공부모임'을 발족하며 세를 과시, 존재감을 부각해왔다. "여당 책임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 김 의원은 '혁신 24, 새로운 미래'(새미래)를 통해 윤석열정부의 정책을 뒷받침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새미래'는 첫 모임부터 당내 의원 50여명이 참석하는 등 '의원총회'를 방불케 했고, 3차 모임에는 당 전체 절반이 넘는 56명의 의원이 참석해 그에게 힘을 실었다. 오는 24일 열릴 5차 세미나에서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초청해 기후변화 대응 방안 등에 관해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비대위를 장기화시키는 것은 우리 스스로 계속 비상사태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라며 조속한 전당대회를 통한 "당의 정상화"를 강조했다. 전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도 "당이 빨리 정상화된 다음에 적극적으로 정부를 리드해나가야 한다"며 "정부가 하는 걸 뒷북 치듯 할 것이 아니라 사전에 일일이 간섭하면서 민심을 반영하는 형태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이준석 대표를 "내부총질 당대표"로 규정한 문자 유출 사태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전면등장은 어려워졌다. 원내대표에 이어 당대표까지 노리던 권성동 원내대표는 문자 유출의 책임을 지고 당대표 직무대행 사의를 표명, 그 뜻을 접었다. 권 의원과의 권력투쟁에 휘말린 장제원 의원 역시 일선에 서기에는 부담스럽기 마찬가지다. 무면허 음주운전과 경찰 폭행의 의혹을 받는 아들 '노엘'(예명)의 문제도 걸려 있다. 그럼에도 윤심이 누구를 향하는지, '윤핵관'이 누구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전당대회의 판세가 달라질 것이란 게 당내 중론이다. 때문에 차기 주자들의 윤심 구애도 보다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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